3. 스탠포드 교도소 실험(1)
1971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인간이 악한 행동을 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연구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모의 교도소 실험이었다.
그는 실험을 위해 우선 참가자들을 모집하였는데 기본적으로 미국과 캐나다 등의 좋은 가정에서 좋은 교육을 받은 평범한 남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일당은 약 15달러였고, 이들은 모두 과거 약물이나 범죄 경력이 없는 총 24명의 학생이었다.
짐바르도는 이들 중 9명은 교도관으로, 다른 9명은 죄수로 설정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6명을 교대 인원으로 남겨두었다. 물론 그는 교도관 역을 맡은 학생들에게 교도관은 무작위로 뽑힌 것이므로 각자의 역할을 제외하면 모두 같은 실험 참가자일 뿐이라는 사실과 함께 죄수들에게 육체적인 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고지했다.
다만 실험의 리얼리티를 위해 경찰의 협조를 받아가며 죄수 역의 학생들은 그들의 집에서 체포되어 끌고 왔으며, 실제 교도소에서 하듯이 알몸 검사와 소독을 하고, 발목에는 쇠사슬까지 채웠다. 교도관들 역시 유니폼과 선글라스를 지급받았으며, 3명씩 3개조로 나뉘어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죄수들을 감독하였고, 죄수들은 3개의 감방에 3명씩 수용하였다.
짐바르도는 교도관들에게 3가지 미션을 주었는데,
1. 교도소내의 질서를 유지할 것
2. 수감자들의 탈옥을 감시할 것
3. 수감자들에게 이곳은 진짜 감옥이라고 주지시킬 것
이상 3가지였다.
그런데 이 실험은 첫날부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교도관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죄수들의 머리에 스타킹을 씌우거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주는 등의 약한 형태의 가혹행위를 한 것이다. 당연히 그저 실험이라고만 생각했던 죄수들과의 사이에는 갈등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독방에 갇히는 죄수가 나왔으며, 반항하는 죄수들을 억압하기 위해 다른 죄수들의 옷을 빼앗은 다음 옷을 돌려받고 싶다면 반항하는 죄수들을 설득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협조적으로 행동했던 3번 방의 죄수들에게는 여러 가지 특혜를 주었고, 그러자 다른 방의 죄수들은 3번 방의 죄수들을 배신자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교도관들은 반항하는 죄수들의 매트리스를 빼앗아 차가운 바닥에서 자게 만들었고, 감방 옆의 휴게 공간에서 밤새 떠들며 죄수들의 잠을 방해하기도 했다. 게다가 하루만에 탈옥을 시도하는 죄수가 나오는 등 실험은 애초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관들은 짐바르도가 제시한 3가지 미션 외에도 스스로 17가지의 새로운 교도소 내의 규칙을 만들어 죄수들이 따르도록 강압하기도 했다.
이틀 째가 되자 교도관들은 해가 뜨기도 전에 점호를 실시하였다. 당연히 죄수들은 반발하였고, 특히 죄수 번호 8612번은 결국 폭발하여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고, 다른 죄수 참가자들에게 이 실험은 이제 그만둘 수 없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기도 하였다. 결국 짐바르도는 실험을 포기하겠다는 참가자들에게 일당을 그러면 일당을 모두 줄 수 없으니 조금만 참으라는 설득을 해야 했다. 그리고, 8612번은 '가석방 위원회'를 열어 이 기간 동안 청소용품 보관실을 독방으로 꾸며 이곳에서 지내게 하였다. 가석방을 일부로 길고 험한 과정을 거치도록 해서 죄수들이 저항하지 못하게 하려 했던 것이다.
가석방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나머지 11명의 죄수들은 극도로 흥분하여 소동을 벌였다. 교도관들은 이들에게 소화기를 뿌려대며 이들을 진압하였고, 죄수들에게 엄격하게 통제하며 밤에는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게 하며 양동이에 대소변을 보도록 했다. 분명 모의 감옥에서 단지 역할을 선택해서 시행했던 실험이 점점 진짜 교도소와 같은 형태로 변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