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과 고수는 다르다.
중학 수학은 달인, 고1 수학은 고수
달인은 자기 자신과 싸우고 고수는 남과 싸운다.
그렇다면 수학의 달인일까, 수학의 고수일까?
중학교 수학까지는 달인이다. 주로 개념 정의와 단순 계산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를 외울 정도로 많이 풀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실수 없이 빠르게 푸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의 문제집 한두 권을 여러 번 반복하면 충분하다. 시험문제 자체가 한두 문제를 제외하고는 문제집과 거의 같은 유형이 출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1 수학에서는 온갖 페이크fake와 허초가 난무한다. 머리를 내려치는 듯해서 머리를 막으면 검을 돌려 허리를 베는 식이다. 그래서 맞았다고 생각한 문제는 틀리고, 틀렸다고 생각한 문제는 오히려 맞히는 경우가 흔해진다. 아는 문제라고 판단하여 덤볐으나 시간만 잡아먹고 틀리는 문제도 생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작은 단서 하나로 문제의 방향의 완전히 바뀌기도 하고 문제에서 구하라고 하지 않은 단서를 눈치껏 찾아야 할 때도 있다.
격투기에서 고수들은 상대방의 발 동작에 주의를 집중한다고 한다. 손을 쓰는 공격이든 발을 쓰는 공격이든 언제나 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발을 보고 상대의 공격을 정확히 예측하면 피하거나 역습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수학에서도 고수들은 숫자나 문자들의 패턴에 집중한다. 패턴이 있는 숫자들이나 똑같은 모양의 수식이 우연히 발생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묶여 있으면 풀어주고 풀려 있으면 묶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낯설게 보여도 결국 내가 아는 개념에 불과하므로 이길 수 있다는 멘털 관리도 중요하다.
따라서 중학교 때처럼 똑같은 문제를 계속 반복해서 푸는 것은 수싸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랙라벨이나 일등급수학같은 강적과 싸워 봐야 한다. 이들이 개념을 어떻게 페이크하는지 어떤 개념과 주로 연계해서 공격하는지, 개념을 어떻게 낯설게 보이게 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분석하고 기록하고 연습해야 한다.
고수가 되려면 실전(처음보는 문제)은 필수다. 이기는 횟수보다 지는 횟수가 많은 것이 당연하고 결국 패배를 통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우 최고의 고수는 가장 많이 진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