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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메이징 Oct 04. 2021

엄마랑 영어 하고 싶어요!

영유아 엄마표 영어의 화법

"오쿠! 우리 아가아~ 잘 자쏘오? 잘 잤어요? 배고프지? 냠냠! 맘마 먹을까? 마암마! 아아아아아~ 맛있어요? 맛있어? 잘 먹네에~?"


최대한 글로 표현해 보려 했는데 높낮이는 도저히 표현이 어렵다. 오늘 전달하고자 하는 패런티즈 화법의 예시이다.

사실 패런티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기에게 얘기할 때 사용한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항상 강조해 왔듯이 언어를 배우기 위해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필수이다. 패런티즈는 아이와 상호 작용 시 사용할 수 있는 화법 중 하나이다.


패런티즈(parentese)란?


어떤 사람들은 패런티즈와 베이비 토크(baby talk)를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두 가지는 전혀 다르다. 베이비 토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의 집합체인 반면 (예: 구구 가가), 패런티즈는 실제 사용되는 단어들과 문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위의 예시처럼 말이다.


패런티즈의 방법은,

- 높은 톤으로 (밝게)

- 천천히

- 과장된 높낮이로

- 짧고 단순하게

- 반복해서 말하며

- 모음을 길게 얘기하고

- 중간에 아이가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 노래 부르듯이 높낮이와 리듬을 사용해서 얘기한다.


패런티즈의 효과


1950년대 정도만 해도 패런티즈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Wiley, 1954). 아이의 언어 발달을 저해할 것이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연구 결과들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아이들이 패런티즈를 좋아할 뿐 아니라 패런티즈가 아이의 언어 발달을 돕는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과장해서 말하기 때문에 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더 쉽다고 한다.(Ramirez-Esparza, Garcia-Sierra, & Kuhl, 2017)


이때까지만 해도 패런티즈의 화법으로 인해 언어 발달에 효과가 있다는 것까지는 알았으나 '왜' 효과가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해 '왜' 효과가 있는지 밝혀졌다.


바로 패런티즈 화법의 높은 톤과 느린 템포(아기에게 응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며 소통)가 아기들의 사회적 관심을 끌뿐만 아니라 아기들이 상호작용에 반응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Ramirez, Lytle, & Kuhl, 2020)


다시 말해 패런티즈 화법이 언어 발달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엄마의 말에 더 반응하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더 반응하고 연습할수록 더 잘하게 되는 것 아닌가. 아기들이 엄마에게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며 언어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언어 발달로 유명한 워싱턴 대학교의 패트리샤 쿨(Patricia Kuhl) 교수 연구팀은 부모-아이로 이루어진 48팀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했다. 한 그룹의 부모들에게는 패런티즈 화법을 코칭해 주고 다른 그룹의 부모들에게는 코칭 해 주지 않았다.


아기들이 6개월부터 10개월, 14개월, 18개월이 될 때마다 아기에게 아기-부모 간의 상호작용을 녹음할 수 있는 녹음기가 달린 조끼를  입혀 언어 발달을 측정했다. 부모가 얘기한 후 1-2초 내로 소리를 내는 것을 대답으로 여기고 상호작용 횟수로 계산했다.


결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아이들이 14개월이 되었을 때, 패런티즈 코칭을 받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부모의 아이들은 코칭을 받지 않은 부모의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옹알이와 단어를 얘기했다. 14개월 때와 마찬가지로 18개월이 돼서는 패런티즈를 코칭받고 사용한 그룹의 아이들이 100개의 단어를 말할 때, 반대 그룹의 아이들은 60개밖에 말하지 못했다.


그렇다. 패런티즈 화법은 아이의 발화를 이끌어내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이것은 어떤 언어에서든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어린아이들의 엄마께서는 꼭 패런티즈 화법을 사용하여 아기에게 얘기해 주시기를 권한다.


패런티즈 화법과 제2언어


근데 사실 패런티즈 화법은 약 만 3-4 정도까지 쓰인다. 이유는? 그때쯤 되면 아이가 어느 정도 언어를 익혔을 때라 엄마가 패런티즈 화법으로 얘기하면 엄마를 가르치려고 하거나 "우리 엄마 왜 저래?"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전까지만 사용해 주면 된다.


그럼 우리 아이는 만 3-4세가 지났는데 왜 패런티즈 화법을 해야 하나? 이 시기가 지났다면, 이미 모국어가 어느 정도 되어 있기 때문에 모국어에서는 이 화법을 예전만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영유아 시기에 제2언어를 습득하는 단계 또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단계에서 이 화법을 사용한다면? 물론 갓난아기한테 하는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톤, 느린 템포, 평소보다 과장된 높낮이로 짧고 간결하게 반복해서 얘기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패런티즈의 단순하게, 과장해서 말하는 방법이 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쉽게 한다는 측면 때문이다.


단순한 문장과 단어를 높은 톤으로, 천천히, 아이의 반응을 유도하며, 반복적으로 인풋 해 주면 아이의 발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엄마들이 한국어로는 패런티즈를 잘하는데 영어로는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위의 연구에서 부모들이 패런티즈 코칭을 통해 발전한 것처럼 우리도 연습하면 가능하다!


제2언어 습득에 도움을 주는 패런티즈


패트리샤 쿨 연구팀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이 패런티즈 화법이 제2언어를 습득하는데 또한 도움을 준다고 한다. (Ramirez & Kuhl, 2017)


스페인 마드리드의 공공 언어 센터에 다니는 0-3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들의 모국어는 스페인어) 매주 2시간씩 하는 기존의 프로그램에는 영어 단어들을 배우고, 영어 동요를 부르고, 영어 책을 읽고, 영어 표현들을 노출해 주었다.


패트리샤 쿨의 팀은 6가지의 원칙을 지키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매일 1시간씩 진행되었다.

(1) 많은 양의 영어 인풋

(2) 패런티즈 화법

(3) 매우 사회적 (게임, 활동 등)

(4) 아이가 말(옹알이)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 (상호작용)

(5)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듣기 인풋

(6) 놀이 기반


결과는 당연했다. 매일 1시간씩 패런티즈 화법을 사용하며 놀이와 상호작용 기반으로 한 패트리샤 쿨 팀과 함께한 아이들이 언어 발달에 있어(모국어도, 제2언어도) 훨씬 앞섰다.


이는 영어가 자유롭지 못한 우리에게도 희망을 준다. 물론 연구에서 프로그램을 가르쳤던 사람들은 원어민이었지만, 패런티즈 화법을 포함한 과학적인 연구 기반의 6가지의 원칙을 따른다면 우리도 좀 더 성공적인 엄마표 영어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6가지 원칙, 어떻게 보완할까?


더 나아가서 이 6가지 원칙을 우리의 상황으로 끌어들여 보자.


(2) 패런티즈 화법도, (3) 게임과 활동으로 이루어진 사회적인 분위기도, (4) 아이가 반응할 수 있게 격려하는 분위기도, (6) 놀이 기반으로 노출해 주는 것도 엄마가 배우고 노력한다면 쉽게 가능하다. (로메이징 커리큘럼은 여기서 말하는 "매우 사회적인" 놀이 기반의 프로그램이다. 대본을 함께 제공하기에 이를 활용하면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근데 (1) 많은 양의 언어 인풋과 (5) 다양한 사람들로부터의 인풋이 걸린다. 대부분 엄마표 영어를 하는 엄마들은 영어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많은 양의 언어 인풋이 힘들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 언어가 한국어라 영어를 편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기가 어렵다.


내가 제시하는 방법은,

(1) 번에 대한 방법 - 엄마가 책 읽어주기, 영어 영상 및 스토리 음원(대화체가 더 좋다)

(5) 번에 대한 방법 - 영어를 하는 사람/기관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1) 책은 읽으면 되기에 상대적으로 일상에서 대화하는 것보다 부담이 적다. 물론 톤과 리듬 등을 신경써서 읽어줘야 더욱 효과적이다. 엄마의 리딩스킬 관련 여기를 클릭.


영어 영상이나 음원의 경우 어느 정도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를 습득한 후 틀어주길 권한다. 어쨌든 상호작용 없이는 언어를 배우기 어려우니까 말이다. 다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듣기 인풋을 위함이기 때문에 대화체로 된 책이 좋다는 것이다.


(5) 영어를 하는 사람은 튜터 앱을 통해 1시간 정도의 영어 '이모'를 구하거나(학습적이지 않도록 주의) 지역 맘 카페를 통해 영어 친구(그 아이들의 엄마는 어느 정도 영어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일회성 놀이 영어 기관, 영어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영어 기관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 쓴 글에 자세히 나와 있다.


위의 논문을 통해 한 가지 더 알 수 있는 사실은 노출 양의 중요성이다. 매주 2시간과 매일 1시간씩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물론 이 시간의 양에 많이 얽매여서 '오늘 꼭 한 시간을 채워야 해!'라며 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매주 한번 보다 매일이 더 낫다는 것.


우리의 영어가 원어민 수준이 아닌 이상, 아이의 집중력이 매우 높지 않은 이상, 매일 한 시간씩 영어로 말해주기는 쉽지 않다. 우리의 상황에 맞게 매일 여러 활동을 시간적으로 분배해서 또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들을 공부해서 써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엄마가 말이 많아서 아이가 말이 빠르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또한 오래된 논문들에서 많이 보였던 이야기이다.


하지만 단지 어른이 말하는 단어의 수 만이 아이의 언어 발달을 좌우할 수 없다고 위에서 소개한 연구 결과들이 말해주고 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렇게 얘기한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말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교수법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패런티즈 화법이 엄마표 영어를 실천하고 있는 영유아 엄마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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