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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Mar 28. 2024

우리집 설계를 맡길 건축사는 언제 누구로 정해야 할까?

건축사는 건축 허가 전문가가 아니다

집을 지어 파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을 짓게 될 것이다. 처음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지만 마지막은 다시 기회를 가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빠지게 된다. 무슨 일이든 시행착오를 겪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집 짓기는 그게 허용될 수 없으니 매 단계마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집 짓기의 첫 단계를 무엇으로 보아야 할까? 당연히 집 지을 터가 있어야 하니 토지를 매입하는 게 우선이라 할 것이다. 집터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건 집을 지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흔들 정도이다.  

  

집터가 준비되면 그다음 단계는 설계를 해야 한다. 설계는 건축사가 맡게 되는데 그 일은 집터를 구하는 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현명한 건축주라면 건축사가 필요한 시기가 집터를 찾는 단계부터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 앞서는 판단을 하는 분은 집을 지으려는 결심, 결정을 하고는 그때부터 건축사와 의논을 시작했다고 얘기한다.    

 

건축사의 역할은 주군을 보좌하는 책사  

   

집 짓는 과정에서 건축사의 역할은 건축주가 결정해야 하는 모든 일에 관여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집을 지어야겠다는 결정 이후부터 건축주는 인터넷 정보 검색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정보의 홍수 시대에 내가 필요한 내용을 쉽사리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이런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처음 집을 짓는 건축주는 장님이 길을 물어서 목적지에 가려는 것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살고 싶은 집을 지을 것인가라는 우리집에 대한 생각부터 어디에 살아야 좋을지, 어떤 조건의 집터를 찾아야 되는지, 공사비는 얼마나 들여서 지을까 등등 자문을 받지 않으면 때를 놓치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필자 설계 여수 관해헌-설계 기간 2년으로 심혈을 기우려 좋은 설계 결과를 얻었지만 공사 과정에서 변경이 이루어져 사진으로 남길 수 없게 되고만 아픈 기억의 집이다


건축주가 지으려고 하는 용도의 건축물을 검색해 보면 후보로 삼을 건축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독주택이나 상가주택은 아주 신중하게 건축사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식구들의 행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외관만 멋진 집이 아니라 어떻게 살 수 있는 집으로 설계가 이루어져 있는지 살펴 보아야 후보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설계가 끝나고 공사에 들어가면 정량적인 부분에서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설계 과정은 정성적인 측면에서 건축주가 바라는 집에 대한 생각을 도면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설계는 건축사의 역량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하며 건축주를 이끄는 사람이 있고, 건축주의 눈치를 보며 서둘러 계획안을 결정하려는 사람도 있다. 어떤 건축사를 선택해야 할까?       


건축사와 함께 해야 할 집 짓기의 시작     


단독주택은 지으려는 집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부터 건축주에게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아파트를 기준으로 규모를 가늠해 보아도 좋겠지만 장방형 박스 안에 칸막이를 나누는 작업이 아니라서 의외로 차이가 날 수 있다. 건축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적당한 규모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가 노후를 보낼 단독주택을 지을 것이라며 스무 평 남짓의 규모를 얘기하는 건축주가 있었다. 전원주택에서 살아보면 도시 생활과 다른 정서가 외롭게 지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부모자식 간에 자주 만나는 게 쉽지 않다지만 손주가 자고 갈 방이 없다면 노후의 삶에 즐거움을 어디에 둘 수 있을까?     


필자 설계 경남 양산 석경수헌-대지 면적이 지나치게 넓어 외부 공간 계획에 고심했던 단독주택, 거실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마스터존과 게스트존을 나누어 외부 공간까지 구분되어 있다


또 몇 안 되는 친구가 찾아와 하룻밤 묵어갈 방이 없다면 외로움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손님방을 두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침대를 두지 않고 넷이 잘 수 있는 크기의 방을 넣으니 집의 규모가 서른 평이 되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외로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게 우리네 일상이다. 단독주택은 위 아래 층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낼 수 있으니 가장 귀한 손님인 손주가 와서 며칠씩 묵어갈 수 있다면 그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어떻게 살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할지 우리집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풀어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또한 건축사가 길잡이를 잘 해야 할 일이다.  

  

집터를 잡는데 짧아야 오 년이더라  

   

집터를 찾을 때도 후보지가 나오면 건축사와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는 게 좋다. 후보지에 적용되는 법적인 사항부터 집터로서 적당한 땅인지 이모저모 살펴야 할 내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땅의 형태와 경사도, 방위도 따져야 하고 건축허가를 받는데 필요한 행정절차 등에 의해 설계 조건과 공사비가 크게 달라진다.

    

땅의 크기가 200 평 이상으로 넓으면 외부 공간 조성에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유지 관리에 애를 먹게 된다. 반대로 백 평보다 작으면 외부 공간에서 누려야 할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서른 평 정도로 짓는 단독주택이라면 150평은 넘는 땅이라야 한다.     


필자 설계 단독주택 경남 양산 지산심한-대지를 결정할 때부터 건축주와 건축사가 함께 진행했던 집짓기의 좋은 사례라 하겠다


대지의 크기만 살펴서 집터를 구하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무슨 걱정이랴. 대지의 형태, 주변 필지의 조건과 경사도에 방위를 살피는 건 가장 중요한 사항이라 하겠다. 이럴 때 하는 말이 물 좋고 정자 좋은 땅이 쉽사리 나오기가 쉽지 않으니 건축사의 판단을 들어보면서 결정하면 될 것이다.

    

단독주택은 집-건물만 잘 지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한옥은 우리나라 집의 원형이며 근본이다. 비록 기와집이 아니라 이 시대의 집이라고 해도 내부 공간뿐 아니라 마당이라고 하는 외부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게 지어야 만족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 결국 대지 주변까지 살펴 집터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을 짓는 과정의 시작이 설계 단계부터가 아니라는 게 이 정도의 얘기로 이해를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건축주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앞서 나가는 집 짓기의 결과가 좋은 경우를 보지 못했다. 건축사는 '전지적 관점'에서 건축주가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어 낸다.     


우리 식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우리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집 짓는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건축주의 편에 설 전문가인 건축사를 찾는 일이라 하겠다. 건축사는 건축허가 전문가가 아니라 우리집 짓는 일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에 의견을 구할 건축주의 최측근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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