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Oct 22. 2024

넷이서 마신 빙도와 노반장

다연회 2024년 시월 다회 후기

다연회 다회가 이렇게 참석 다우가 적었던 달이 있었을까요? 시월은 다우님들의 일정이 많아서 참석자가 네 명...인 줄 알았는데 두 분이 더해져서 여섯 분으로 기본 인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두 분이 참석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겨 처음 인원인 네 명으로 찻자리를 가졌습니다.  

   

찻자리를 준비하는 제 입장으로는 에피소드인커피 차실의 정원인 8명이 되었으면 하지요. 성원聲援에 힘입어 성원成員이 되면 좋으니까요. 그런데 인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 준비 방향을 잡으면 그 나름의 분위기로 찻자리를 꾸릴 수 있지요. 이런 날에는 깊이로 차를 마셔야 제 맛입니다.   


  

응관님, 상희님, 서영님과 무설자가 차를 마십니다. 다들 이십 년 가까이 차를 마셔온 내공이 있는 분들이지요. 그래서 시월 다회는 노반장, 빙도는 다시 마시기 어려운 차로, 이번 공동 구매했던 대평보이 차향茶鄕은 함께 시음해 보는 차로 준비했습니다.      


시월 다회는 참석 인원이 적어서 다식도 조촐한데 서영님이 포도를 챙겨 왔습니다. 포도가 너무 달아서 차의 단맛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었지만 참 맛있었습니다. 11월 다회에 벌칙 다식은 단맛이 적은 종류로 부탁드립니다. ^^     


오른쪽에 붉은 도장이 찍힌 차가 홍건모차로 만든 차향이다


먼저 대평보이 차향을 마셔보았습니다. 차향의 산지는 岩子頭암자두라고 하는데 생소한 곳이지요? 암자두는 해발 1500~2200m 영덕 대설산 산줄기에 위치하고 있는데 연평균 기온은 20도이며 암석이 많은 바위산과 원시림 속의 깊은 산중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암자두 차는 처음 접하게 되어 정보 검색으로 확인해 보니 하관 차창에서 나오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물론 그 차는 차나무 수령이 300년 이상 되는 고급 모료를 썼다고 하니 그 가격이 당연하겠고 가격이 높은 만큼 그만한 값에 맞는 차라고 생각해 봅니다.    

  

차향은 곡화차로 같은 찻잎을 써서 두 가지 제다법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전통적인 쇄청모차, 또 다른 하나는 홍건모차를 썼습니다. 쇄청모차는 마지막 과정에 햇볕으로 말려 만들고, 홍건모차는 열풍건조로 만들었습니다. 포장지에 붉은 도장이 있는 차가 홍건차입니다.     


곡화차는 가을 찻잎으로 만드는데 이번 차향은 기후조건이 좋아서 찻잎이 봄차처럼 나왔다고 합니다. 홍건차는 녹차의 향미, 쇄청차는 봄차 못지않은 진한 차맛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공동 구매 가격대는 차의 향미로 보면 그야말로 대박이네요.    


 

이제 두 번 다시 마셔볼 수 없는 노반장과 제 사무실에 와서 마시면 마셔볼 수 있는 빙도 순서입니다. 노반장은 고인이 되신 대구 동경당님이 생전에 노반장 촌에 가서 만들어 왔던 첫물 고수차입니다. 100g 소병으로 만들었는데 이제 두세 번 마실 양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공식적으로는 다시 맛보기 어려운 차가 되겠고 감탄을 하면서 마셨습니다.     


빙도는 임인년 기념병인 대평 범두호인데 빙도차구 파왜차로 알고 구입했는데 빙도노채라고 들었습니다. 빙도노채의 향미를 알지 못하지만 등줄기에 열감이 솟구치는 걸 보면 얼마나 좋은 차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차라면 굳이 산지를 따지지 않아도 차의 향미로 만족할 수 있겠습니다.    


 

첫물차 한 편과 90년대 대익 8582를 준비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다음 다회로 미룹니다. 좋은 차를 한 번에 마시면 차맛이 비교되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를 수 있습니다. 루스벨트는 '비교는 기쁨을 훔치는 도둑'이라고 했으니까요. 모처럼 오붓하게 귀한 차의 향미가 얼마나 깊은지 함께 음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만추 다회는 또 어떤 차를 맛볼 수 있을까요? 11월 다회는 야외다회로 기획했는데 가을이라 주말 일정이 바쁜지 참석 인원이 적어서 정기다회로 진행하겠습니다. 만추 다회에서는 에피소드인커피 차실 정원이 넘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 설 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밤비소리 들으며 다우들과 나누는 정담이 즐거운 찻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