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계세요?"
자글자글한 주름 진 눈에 두껍게 덧바른 짙은 마스카라, 시뻘건 립스틱의 중년 여성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영선의 집 대문을 벌컥 열고 떡을 내민다.
"아이고, 새댁이네.
오늘 요 앞 맥줏집 개업해서 고사를 지냈거든. 따끈따끈할 때 여기 고사떡 좀 먹어봐요."
마당에서 아이를 업고 빨래던 하던 영선은 뭔가 기분 나쁜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대문 쪽을 바라본다.
"아이고, 깜짝이야."
영선은 업고 있던 아기가 깨지 않게 살짝 허리를 펴서 처음 본 아줌마가 건네 시루떡을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떡을 나누던 중년 여성은 빨리 떡을 돌려야 한다며 다음에 자기 가게에 꼭 놀러 오라고 말하고 급히 대문을 닫고 어리론가 사라진다.
보슬보슬한 팥고물에 따뜻한 시루떡 향이 꽤 달큰하니 맛있어 보인다.
슬슬 배고플 점심시간이 다 되어 영선은 시루떡을 두 손으로 쭉 찢어 크게 한 조각을 입 속으로 넣는다. 고소한 것이 달큼하기도 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꽤 괜찮다.
영선은 등 뒤에서 꼬물거리던 아기 입 속에 팥고물을 쏙 넣어준다. 작은 입이 오물거리는 모양이 너무 사랑스럽다. 요즘 들어 영선이 먹고 있는 음식이 궁금한지 아기는 아기새처럼 잘도 받아먹는다.
아기를 보행기에 앉혀놓고 저녁때 사용할 콩나물을 다듬는다. 쟁반에 소복이 담긴 콩나물을 보면서 영선은 언제 다 해야 하나 한숨이 나온다. 콩나물국을 끓이려면 멸치도 다듬어야 하고 남편이 오기 전에 마루 걸레질도 쳐야 하는데 할 일이 태산 같다.
평소 아기는 보행기에만 앉으면 연신 즐거운지 방긋방긋 웃고 혼자서 잘도 조잘거린다.
이상하게도 오후부터 아기는 자꾸 칭얼거려 내 등에 업히려고만 한다. 뽀얀 얼굴에 열꽃이 핀 것처럼 볼이 빨개지고 눈은 눈곱이 잔뜩 끼어 불편한지 눈을 자주 비벼 댄다.
영선은 아기 이마를 만져본다.
"딱히 열은 없는데..."
아이의 상태가 약간 이상하다.
영선은 아이를 등에 업고 얼르고 달래 본다.
아이는 울기 시작한다.
영선은 아기를 앞으로 안고 휘리릭 비행기도 태워보고 웃긴 표정을 지어보며 우르르 까꿍도 해본다. 영선의 노력에도 아기는 울음을 그칠 생각하지 않고 숨이 넘어가도록 울어재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