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미움받을용기>를 읽고,
그림책 모임의 지인 소개로 "사람풍경"이라는 심리 에세이 책을 읽고 눈이 번쩍했다. 내가 찾던 책이 이런 것이었구나! 작가가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적어놓은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나의 이런 점이 과거의 어떤 것 때문이었구나.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비슷한 주제의 책 여러 권을 읽고, 오은영 프로그램을 끝도 없이 보면서 나도 심리상담사가 된 듯이 세상사람의 내면을 마음대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도 나의 모친에 대한 원망이 커지기 시작했다.
나의 이상한 구석들이 다 어렸을 적 양육자의 탓이구나...에이쒸!!
'엄마가 나에게... 했더라면... 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지금 뭘 어떻게 할 수도 없는데, 과거의 경험들이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어지러웠다. 또, 내가 아이를 아무리 알뜰살뜰 키워도 나중에 욕을 먹지 않기가 힘들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아무도 완벽한 육아를 하기는 어려운 관계로 말이다.
(물론, 신체적 정신적 학대와 같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너무 큰 일이라면 당연히 예외다. 그건 무조건 부모탓이다.)
그러다 몇 해 전 선풍적인 인기였던 "미움받을 용기"를 최근에 읽고, 또 다른 관점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경험들이 영향을 미쳐 현재 상태가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런 상태이기로 작정을 하고선 과거의 일을 그 변명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꽤 흥미로웠다.
이런 논리라면, 현재의 내가 과거의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받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니 꽤 희망적으로 다가왔다.
영리한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의 관심사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선, 심리 관련 콘텐츠를 끝도 없이 날라다 준다. 그중 하나 내 마음에 딱 드는 tip을 알게 되었다.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이것을 곱씹는 것이 나한테 이득이 되는지 먼저 따져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노여움 버튼이 뜬금없이 눌려 부릉부릉 시동 걸리려고 할 때, 이렇게 그 일을 곱씹는 게 나한테 이득이 되나?라는 주문을 걸어보는 거다.
주문을 걸면 이기적인 나의 뇌는 아래와 같이 반응한다.
'아! 맞아. 그때도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인간을 굳이 소환할 필요가 있나? 그때도 싫었는데 굳이 그 일로 지금의 나를 짜증 나게 할 필요 없지. 잊자!'
주문이 통했는지, 나의 노여움 버튼은 슬쩍 꺼져버린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에 완전히 잠식되면, 이런 메커니즘을 돌리기 힘들다.)
또,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게 될 때, 잠시 시원하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마음껏 하시길. 뒤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했다. )
하지만 내 경우, 뒷담화를 시작하면서 분노버튼도 같이 눌린다. 말하면서 더욱 화가 나는 악순환을 경험한 적이 많다. 짜증 나는 사건이나 인물이 내 소중한 머릿속에 잠시라도 살게 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