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2024.03
그러데이션(gradation)은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시야에 들어오는 대상물의 농도가 미세하게 변해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자연현상에 착안해 빛과 색의 밝기를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예술적 표현 기법이 등장했다. 이른 아침 도시의 산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면 고층 빌딩과 산과 언덕이 어우러진 그러데이션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그런 미세한 빛과 색의 변화를 포착한 사진은 예전 선비들이 즐기던 수묵화에 견줄 만하다. 물로 검은 묵의 농도를 조절해 그리는 수묵화는 선비의 고결한 정신세계와 예술적 경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흰색에서 검은색에 이르는 중간 영역에 펼쳐진 수많은 회색 단계를 미세하게 표현해 다양한 감성과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불투명하고 둔탁한 모습과 투명하고 선명한 장면이 겹쳐지는 한 장의 사진은 마치 복잡다단한 인간세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눈에 보이는 단순한 모습이 ‘추상화’ 과정을 거쳐 새롭게 의미를 부여받고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 사진: 북악산 전망, 새만금 간척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