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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Feb 18. 2022

큰개불알꽃  같은 여자

봄봄!!

드디어 피었구나! 요 녀석, 요 이쁜 녀석!

2월이 시작되면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들판을 거닐며 눈여겨보는 게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버선발로 마중 나가 찾는 꽃의 이름은 큰개불알꽃

‘큰’ 자가 어불성설일 만큼 손톱보다도 작게 피는 아주 깜직한 꽃

싸가지 없게 앙증맞은 꽃, 이름과는 전혀 딴판인 꽃

 

그 이름 자체가 망측스럽고 일본학자가 지었다 하여 우리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봄까치꽃이다

까치가 봄을 물어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봄까치꽃, 근사한 이름이다.

비로소 시인 김춘수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거 같다.

이 꽃은 겨울의 추위와 찬바람을 무릅쓰고 하늘색 자태를 곱게 뽐내는

대표적인 봄의 전령사이다. 매화가 피어나기도 전에

양지바른 밭두렁, 길섶에 지천으로 피어난다.  


그 꽃을 제대로 보려면 잔뜩 허리를 굽히고 눈을 땅 가까이 대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꽃이야 말로 나태주 시인의 들꽃처럼 가까이 보아야 아름다운 꽃이다

오래 보아야 이쁜 꽃이다


나는 이 꽃을 정말 좋아한다. 오랫동안 눈을 맞추고 있으면 절로 행복하다.

어느해 봄 땅에 달라붙은 그 녀석의 오만방자함이 귀여워

이런 싯구를 지었는데 지인이 박수를 쳤다.

그 부분만 소개하면


「뒤꿈치 살짝 들고

하늘과 키를 견주는 봄봄!!」

오늘 산책길도 팔자 좋은 누렁이는 한숨 늘어지게 자다

내 인기척에 깨어 나를 빤히 쳐다본다 ㅎㅎ

나는 이 꽃을 보면 어떤 여인이 떠오른다.

그 여인에게 이 꽃이 피었음을, 봄이 왔음을 알리고 싶다

어여 오너라 봄봄!!


 -개불알꽃-

춥지만 따스한 여자

흐린날 한줌 햇살을 뿌리는 여자

내 정원에 꽃을 심고 가꾸는 여자

가난한 가슴위에 피어나는 들꽃

살아가는 동안에 계단이 되어주는 여자

정이 드는 여자

품으면 들꽃 향기가 배시시 나는 여자

곧 봄이 올 것만 같은 여자

백 미터 전방에서 봐도 눈에 쏙 들어오는 여자

창밖은 삼경 달빛 두둥실

내 생각속에서 사는 여자

내 안의 슬픔에서 춤을 추는 여자

의로운 오른손으로 날 붙들어주는 여자

찻잔이 식어갈 무렵

따스한 인생을 말해주는 여자

개불알꽃 같은 여자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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