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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lyn Nov 10. 2022

면접 보다 현자타임, 미안해 남편!

우리다문화장학재단 톡톡리포터가 되다2

리가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초입, 

나는 우리다문화장학재단 톡톡리포터 면접을 보기 위해서 서초구의 어느 빌딩에 들어섰다. 


대기실에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번이 1기라 지원자가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면접 방식은 다대다(多對多), 

면접관은 3명, 면접자는 나까지 포함 5명이었는데, 

나중에 소개를 듣고 보니 공교롭게 다들 '다문화 가정'의 엄마들이었다. 

아마도 주최 측에서 비슷한 그룹으로 묶어서 면접을 진행한 듯싶다. 


나와 같이 면접을 본 사람들이 다 아줌마라 말이 다들 길어지는 바람에 

원래 20분 안에 끝나야 했던 면접이 거의 한 시간을 채우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그 면접이, 면접 같지가 않고 너무나 유쾌하고 재밌었다. 


다섯 명 중에 한국인 엄마는 나까지 두 명이었고, 

나머지 세 명은 외국 출신 엄마들이었다. 

다들 약간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그래도 '다문화 정책'과 '교육'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느껴졌다. 


그중에 러시아 출신 엄마의 말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저는 첫째가 대학생, 둘째가 중학생, 셋째가 초등학생이에요. 

제가 생각할 때 외국인 엄마가 있는 다문화 가정에 가장 필요한 건, 교육 정보예요.
한국어를 잘하지 못 하기 때문에 진학 정보라든지 이런 것들이 정말 어려워요.

저는 그나마 한국어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수시로 바뀌기로 악명 높은 한국의 진학 정보는 한국인 엄마들에게도 고난이도의 과제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괜히 부는 게 아닌데, 외국인 엄마들에게는 정말 힘든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러시아 엄마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국 교육은 너무 공부만 강조해서, 아이들이 사회성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어요. 

하지만 저는 공부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래서 집에 보드게임 클럽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놀러오게 하고 있어요" 


감동적인 얘기였다. 

이처럼, '다문화 가정'의 이주민 부모는 획일적인 한국사회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가지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다.

 

중년으로 보이는 중국 출신의 엄마도 아이 교육의 고충에 대해서 말했다. 

"저는 이미 아이를 다 키워서 예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겠지만, 전 아이가 학교 다닐 때 엄마가 중국 사람이라고 아이가 놀림을 받는 게 걱정이 돼서 제 성까지 '김'씨로 바꿨어요."


아마도 귀화를 하시면서 성을 바꾸신 듯했다. 자식을 위해 기꺼이 원래의 성까지 버릴 수 있는 모정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슬로베니아 출신의 남편을 둔 한국인 엄마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남편이 서양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집안일을 잘하고 가정적인 줄 알아요.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그것도 편견이거든요. 그리고 한국에 시집와서 사는 결혼 이주 여성들과 달리, 결혼 이주 남성에 대해서는 지원이 부족해요. 한국에 정착해서 살아야 하는데 가족이나 아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가정에서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고립되어 버려요. 이주 여성과 비슷한 어려움이 있을 텐데 그런 점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의 인식이 없다는 게 좀 아쉽죠."


아주 말을 똑 부러지게 하시는 분이었다. 

외국 출신 남편을 둔 나도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한양 가씨' 우리 남편은 한국사회에 잘 적응한 듯 보인다. 

한국어도 잘하고, 한국인들과 같이 일한다. 한국에 산 지 벌써 15년째고 작년에 귀화까지 한 터였다. 

그렇지만 회사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가 사실 '친구'관계는 아니지 않은가. 

성인이 되어 한국에 왔기 때문에 그 흔한 고향 친구는커녕, 술친구도 없다. 

처음 어학당에서 같이 한국어를 공부했던 친구들은 모두 외국으로 돌아가 동창도 없단다. 


남자라서, 한국어를 잘해서, 내가 잠깐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무척 외로웠겠구나하고 아차 싶었다. 

우리 남편에게는 결국 우리 가족만이 대한민국의 전부인지도 모른다. 


면접 보다 현자타임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은 전체 다문화 결혼의 62%를 차지하며, 아내의 출신국은 중국(23.9%), 베트남(13.5%), 태국(11.4%) 등의 순이라고 합니다. 


한편,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은 다문화 결혼의 22%에 해당하며, 남편의 출신국은 미국이 가장 많고(9.4%), 그다음 중국(8.5%), 베트남(3.2%) 등 순이라고 합니다. 



'다문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서로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역시 전혀 다른 존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다문화'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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