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로또를 꿈꾸며 무턱대고 넣었던 청약의 당첨자 발표날이 왔고 나에게도 문자가 왔다.
‘예비번호 1번’
예비 번호가 뭐지? 이것조차 모르고 청약을 넣었다.
인터넷에 ‘예비 번호 1번’을 검색해 본다.
예비 1번은 당첨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생각보다 부적격자가 많기 때문에 1명은 적어도 꼭 빠진다는 것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도 청약 당첨이 될 수 있다는 건가!!!!
얼마 후 드디어 예비 당첨자의 동호수 뽑기 날이 왔고
나는 제일 처음으로 나가서 뽑기를 했다.
뽑기 전에 사회자가 남은 동호수를 말해줬었는데 저층이 몇 개 있었다. 설마 내가 저걸 뽑겠어? 싶었다.
그런데 나는 저층을 뽑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저층에 잠깐 당황했다. 고층의 하늘뷰를 꿈꿨는데 물 건너갔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떤가. 1억을 벌 수 있는데! ‘싸게 사서 싸게 팔지 뭐’ 하는 마음으로 계약서를 썼다. 그때까지도 나에겐 1억밖에 보이질 않았다.
아직도 기억한다. 계약서를 쓰고 돌아오는 길에 먹었던 따뜻한 국수. 나도 집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벅차올랐다.
그러나 나는 예비당첨자 뽑기 날에 가서는 안 됐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천재지변으로 못 갔다면 어쩔 수 없이 시골집을 놓쳤을 텐데. 아니, 저층이 남아있다는 사회자를 말을 듣고 그냥 뽑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마저도 놓쳤다면 나는 계약서는 쓰지 말았어야 했다. 이 시골집을 계약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이 집을 자발적으로 꽉 붙잡고야 말았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하락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