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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피오르드란

부모님과 프레이케스톨렌 하이킹

by 문현준

노르웨이에 도착하고 둘째 날. 스타방에르에 온 이유인 프레이케스톨렌에 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다.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강력하게 호텔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마 조식의 튼실함일 것이다. 조식 메뉴는 아주 만족스러워서 과일과 야채와 고기가 다양하게 있었다. 특히 나는 콜드컷 햄류와 신선한 토마토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번갈아서 먹으면 야채와 고기를 든든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사람이 앉지 않은 조식 공간. 노르웨이 여행때 부모님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셨던 숙소 중 하나였다.
돌덩이 같은 설탕. 입 안에 넣고 사탕처럼 녹여먹을 수 있을 정도.


다양한 종류의 콜드컷 햄은 빵과 먹어도 좋고 그냥 야채와 먹어도 좋다
아침은 항상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한 곳에서는 탄산수가 나오고, 한 곳에서는 그냥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과일도 먹을 수 있다. 배는 맛이 없다.


점심 식사를 밖에서 사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여행 짐을 싸며 챙겨 온 플라스틱 용기에 점심을 챙겨 가기로 한다. 호텔 조식을 챙기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챙겼다는 경우도 많지만, 괜히 쓸데없는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고 물건에는 대가를 치뤄야 하기에 직원에게 물어봐서 추가 요금을 내고 음식을 챙기려 한다. 그런데 조식 직원은 리셉션에 물어보라고 하고, 리셉션에서는 조식 직원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몇 번 반복을 하고 나서 리셉션 직원에게 다시 물어본다.



'저기 미안한데, 조식 직원은 리셉션에 물어보라고 자꾸 말하는데, 확인좀 해 줄수 있겠니?'



리셉션 직원이 확인 해 주고 나서 마음 편하게 용기에 음식을 챙긴다. 주위의 눈치가 신경쓰이지만 나는 돈을 냈으니까 떳떳하다. 점심 먹을 것을 생각하고 충분히 챙긴 뒤 부모님과 호텔을 나섰다. 첫 번째 페리를 타고 가기로 하고 일찍 나왔기에 아침의 스타방에르는 한산하다. 페리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도시를 구경한다. 한산하지만 평화로운 광장에 아침 시장을 여는 듯한 사람이 준비를 하고 있다. 기다릴 시간은 없어서 아쉽게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스타방에르의 조용한 아침
꽃과 과일 등을 파는 트럭들이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한산하고 평화로운 골목길



선착장 근처의 마트에서 간편하게 음료와 마실 것을 산 뒤 페리를 기다린다. 프레이케스톨렌에 가기 위해서는 스타방에르에서 출발해 타우로 가는 페리를 타고, 타우에 도착해서 버스로 입구까지 가야 한다.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이 코스의 교통권이 필요하다. 페리 타는 곳 옆에서 교통권을 살 수도 있는데, 원한다면 페리에 타거나 버스에 탈 때 따로따로 살 수 있다. 각 교통편을 운영하는 업체가 다르지만 업체 간 호환이 되었던 것 같다. 표 파는 직원과 함께 페리를 기다리며 짧게 사담을 나눈다.


'어디서 왔니??'

'한국!'

'정말? 나 한국에 가본 적 있는데'

'그래?? 노르웨이서 가긴 쉽지 않을것 같은데'

'환승 하면서 시간이 남아 서울에 갔어. 그 달콤하고 투명한 리큐르 뭐라고 하더라? 그거 맛있던데'

'소주 말하는 거야?'


한국에서 달콤한 술이라고 한다면 무난하게 먹었을 것이 아마 소주밖에 없으니 그것이겠지. 짧은 대화를 뒤로 하고 페리 타는 줄을 기다려 페리에 오른다. 큰 버스부터 시작해서 자전거까지 실을 수 있는 페리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바다로 나아간다. 작은 매점까지 완비된 페리 안 발코니에서 밖을 구경할 수도 있다. 날이 좋은 덕에 스타방에르 앞쪽 바다 주위를 둘러싼 피오르드가 위쪽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짧은 시간이 지나 페리에서 내리면 버스를 타고 또 산길을 달려간다. 버스는 그렇게 프레이케스톨렌 표지판이 달린 곳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페리를 타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



페리는 스타방에르를 떠나 타우로 간다. 좋은 날씨에 멋진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을 생생하게 남기기에는 사진보다 동영상이 더 좋다



사람들을 반기는 프레이케스톨렌 입구 표지판



바위 절벽 꼭대기 프레이케스톨렌에 오르기까지는 왕복 5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최대한 천천히 여유있게 가면서 경치 구경을 하는 것이 좋기에 시간은 넉넉하게 잡는게 좋다. 스타방에르에서 왕복하는 페리와 버스가 충분히 있기에 시간을 유동적으로 짤 수 있고, 이 정도는 노르웨이 하이킹 코스 치고 뚜벅이들에게 아주 친절한 편이며 코스도 어렵지 않다. 날씨도 좋고 한창 여행 철이라 그런지 수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산길을 올라간다. 산길에 있는 T 마크를 따라가면 길을 잃을 일이 없지만, 워낙 사람이 많은 탓에 앞 사람만 따라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올라가며 가끔 뒤를 돌아보면 너른 바다와 함께 피오르드가 보인다. 올라가는 길은 가끔 돌계단과 오르막길이 있긴 하지만 힘들지 않다. 숲을 거쳐 올라가면 나무 다리로 이어진 늪지대가 나오고, 바위 사이에 물이 고인 연못이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이 수영을 하기도 하는 곳이다. 더 걸어가다 보면 숲이 갑자기 확 줄어들면서 평평한 돌판이 나온다. 거의 다 왔다는 뜻이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스듬한 언덕을 천천히 올라가다 본 뒤쪽의 전경
초반부에는 울창한 숲을 통과한다
늪지대 위에 나무로 놓아진 다리를 지나간다
약간 가파를 수 있는 돌계단이 있지만 힘들지는 않다
중간쯤 오면 물이 바위에 물이 고인 호수를 지나간다
아예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여기까지 왔다면 거의 다 온 것




바위 벌판을 지나면 저 멀리 피오르드의 끝이 보이고 나무들 사이로 깎아지른 절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절벽 위 사각형 모양의 좁은 공간, 그 어떤 울타리도 없이 놓인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프레이케스톨렌이다. 그야말로 발 한번 잘못 디디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위험천만한 공간이 자연의 날것 그대로 놓여있다.




쭉 뻗은 계곡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절벽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발 아래 펼쳐진 피오르드



옹기종기 모여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저 아래로는 배들이 지나가며 물에 하얀 꼬리를 남긴다. 아침에 소중하게 챙겨둔 음식을 부모님과 나눠 먹는다. 훈제 연어와 고등어 구이, 콜드 컷 햄, 야채 샐러드와 과일들. 내리쬐는 볕 아래에서 짧게 점심을 먹고 프레이케스톨렌 뒤쪽의 언덕을 올라가 본다. 뒤쪽 언덕 위에서는 프레이케스톨렌의 전체적인 사각형 모양을 넓은 시점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게다가 주위 전망이 확 트여서 저 멀리까지 잘 보이므로 올라가 본다면 더 많은 것을 구경할 수 있다.




유용하게 쓰일 것을 예상하고 가져온 플라스틱 통
피오르드는 얼마나 큰지 감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언덕 뒤에서 내려다 본 프레이케스톨렌. 깎아낸 듯한 사각형이 명확히 보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경치와 저 아래가 보이지 않는 절벽들



시간을 천천히 들여 구경하고 싶은 것을 전부 다 구경하고 내려온다. 스타방에르에 도착해 저녁을 먹는다. 골목길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 두분이 나란히 핸드폰을 구경하고 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늦은 시간인데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스타방에르 도시를 돌아본다. 갈매기가 참 많다. 바다 쪽 동상 머리 위에는 갈매기가 즐겨 찾는 자리다.



음식점에서 휴식을 취하는 부모님과 사람들로 붐비지만 번잡하진 않았던 음식점 내부



갈매기는 동상의 모자에 앉아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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