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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현준 Mar 12. 2024

오랜만에 먹은 참치회는

내가 알던 참치회의 맛들

나는 참치회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해산물보다는 일반 육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내 스스로 참치회를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유명한 초밥집 같은 곳도 동생이 좋아해서 가 본 적은 있어도 내가 스스로 가 봐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초밥집을 선택한 적은 없다. 좌우지간 나는 밥 위에 올라간 참치나, 그냥 먹는 참치나,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갑자기 참치회가 먹고 싶어졌다. 내가 참치회를 먹고 싶어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치회가 먹고 싶었다. 와사비에 간장을 찍어 먹기도 하고, 김에 싸서 소금장을 찍어 먹기도 하는 참치회. 주방이 보이는 자리에 앉으면 한점씩 잘라 올려주는 참치회도, 청경채 가득 올라간 접시 위에 놓아 주는 참치회도, 먹고 싶었다. 내가 사는 곳 근처 지하철 역 뒤쪽에 있는 음식점이 몰려 있는 그곳에, 참치집이 하나 있었다. 동네라면 하나씩 있는 동네 이름을 딴 참치회. 그곳에 가 보기로 했다. 마침 주말 저녁 엄마가 시간이 되어서, 같이 가 보기로 했다. 참치회가 먹고 싶다고 생각한 지 몇 달은 지나서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 어릴 적 집에서 참치회를 먹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사 오신 하얀색 참치 블럭을 해동해서 먹었다. 아빠가 참치를 썰어 주면 나는 그것을 김에 싸서 참기름에 찍어 먹었다. 그 이후로 몇 번 이사를 다니고 온 가족이 흩어져 사는 지금, 아주 어릴 적 준비해 주신 그 옛날의 참치가 궁금해서 나중에 다시 확인해 보니 참치와는 다른 황새치 라는 물고기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 집에서 참치 블럭을 사다가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봐서였는지, 내가 또 집에서 참치회가 먹고 싶어서였는지, 옛날에도 한번 내가 집에서 참치회를 준비해 먹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인터넷으로 보니 꽤 고급스러운 부위까지 참치 블럭으로 파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이걸 집에서 먹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집에서 생선회를 먹으려고 한다니 참 살다보니 별일도 다 있구나 생각하며 가격대별로 차이나는 여러가지 블럭을 집에서 사 먹었는데, 옛날에 아빠가 해 주셨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선비린내가 올라왔다. 맨 처음에 먹을 때만 올라왔고 그다지 심하지 않았지만, 비린내를 나지 않게 하는 것에 무슨 비결이 있는 것일까 싶었다. 어쩌면 먹는 온도가 조금 높았던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록 그때 집에서 먹은 참치는 양이 너무 많아서 남긴 양이 많았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남았다.




집에서 먹은 것 말고 밖에서 먹은 참치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만, 옛날에 고등학교 다닐 때 다니던 학원 선생님이 참치를 사 주셨었다. 아마 고등학교 졸업하고 수능 후 대학교 입시까지 마무리 되고 나서였던 것 같다. 학원이지만 1:1 수업이었기에 과외에 가까웠는데, 과학 선생님과 공부 이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다양한 경험에 도움이 되었다. 동네에서 꽤 큰 번화가에 있는 참치 가게에서 참치를 사주셨는데, 주방 앞쪽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참치를 올려 주는 가게에서 참치를 먹어 본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집에서도 먹고 밖에서도 먹고 했던 이후로 참치를 먹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엄마와 함께 간 가게에는 저녁 단품 참치 요리는 없고 세트 요리만 있었다. 주문을 하면 참치를 계속 내어주는 방식이었는데, 이젠 옛날만큼 많이 먹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다지 경제적이지 않은 메뉴였다. 이제는 이런 무한리필 식의 메뉴보다는 조금 맛보기에 괜찮은 단품 한 판을 더 좋아하게 되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오랜만에 참치를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왔으니 엄마와 함께 하이볼 한 잔 씩을 마시면서 참치를 먹어 보기로 했다.




간단한 죽과 장국, 콘치즈나 회무침 등의 작은 요리들이 나오고 참치가 나온다. 앞쪽에 천사채 올라간 접시를 올려 주고, 참치를 썰어서 그 위에다 두면 참치를 가져다 먹는다. 도시락 김에 싸서 소금과 참기름이 들어간 양념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와사비와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참치는 조금씩 종류가 바뀌기도 하는데, 참치 뽈살 같은 부위를 주기도 한다. 내가 아는 흰살생선의 맛과 다른 등푸른생선의 붉은 색 참치회는 고기 같은 맛도 나는데, 엄마는 그게 좀 더 취향이신 것 같았다. 참치를 다 먹고 나서는 식사 메뉴로 작은 사이즈의 알밥과 북엇국을 선택했다. 별로 밥 먹을 생각이 없었던 나는 북엇국을 달라고 해서 국물만 마셨다. 국물을 마시고 있으니 서비스라고 하시면서 새우튀김 두 마리를 주셨다. 서비스 음식은 항상 남기기 미안하다. 식사 마지막에 나오는 튀긴 음식을 먹기 좀 애매해서, 내가 한 마리만 먹었다.




생각해 보니 꽤 오랜만에 엄마와 밖에서 밥을 먹는 듯 했다. 집에서는 밥을 먹을 일이 거의 없고 먹더라도 엄마와 따로 먹어서 밥 먹으면서 이야기 할 일이 없었다. 집에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주제들이, 밖에서 밥을 먹는다고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함께 밖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도 했다.




문득 참치집에서 나오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내가 생각하고 있던 혹은 기대하고 있던 참치와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참치회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도, 나중에 일식집 혹은 참치집에 가서 단품으로 참치를 시켜서 먹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내가 선호하고 즐기지 않는 요리라고 해도, 조금씩 다른 경험은 항상 새롭게 배울 것을 주니까.     




잘 모르던 음식을 갑자기 먹고 나니, 나중에 다시 먹어보고 싶어졌다. 2024 03, 서울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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