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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Jul 30. 2021

디지몬 -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지

임프몬의 마음 1

임프몬의 마음 1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다는 말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면 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스스로 내가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적인 발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만을 무릅쓰고 말하겠다. 


사람은 바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나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철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 사람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성인군자가 된 것은 또 아니지만 공격적인 언사를 굳이 내뱉던 나는 내가 발산하는 것들에 예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자주 실패를 느끼고 자책감에 빠지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잘 공격하고 꼬집고 비꼬곤 했다.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조롱하는 태도로 임했다. 내가 신체적으로 약해 나를 지키기 위한 일환이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건 다 변명이다. 그냥 사람이 못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엄청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 글은 동기부여를 위한 글이 아니다. 간증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사람은 바뀐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혹은 임프몬처럼.


임프몬은 디지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디지몬 테이머즈의 등장 디지몬이다. 디지몬 테이머즈는 전작인 ‘디지몬 어드벤처’ 시리즈(파워 디지몬의 원제는 ‘디지몬 어드벤처 02’다)와 다르게 선택받은 아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건 내 추측인데 파워 디지몬의 결말부에 모든 사람들이 선택받은 아이들이 되어 파트너 디지몬이 생기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선택받은 아이라면 사실 선택받은 아이는 한 명도 없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디지몬 테이머즈는 그래서 선택받은 아이라는 개념 대신 디지몬 테이머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온다. 간단히 말해서 포켓몬 트레이너와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디지몬 테이머는 한 번에 여러 마리 디지몬을 소유하지 않고 오직 한 디지몬과만 유대를 가진다. 테이머가 없는 디지몬과 인간이 유대관계를 갖게 되면 어디선가 디지바이스가 자연 발생하고 그럼 테이머와 파트너 디지몬의 관계가 성립되는 구조다. 


앞서 말한 임프몬은 테이머가 없는 디지몬이다. 정확히 말하면 테이머는 있지만 테이머와 유대는 없는 디지몬이다. 임프몬은 테이머와 함께 지내지 않고 따로 살고 있다. 그의 테이머는 진이와 가영이라는 쌍둥이 남매인데 임프몬을 장난감 취급하며 서로 임프몬이라는 희귀한 장난감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기만 한다. 


임프몬은 이러한 모습을 보며 인간에 환멸을 느끼는 캐릭터다. 그는 인간 없이 강해지기를 원하고 테이머를 통하지 않고 진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가 주로 하는 노력은 진화의 힘을 지닌 동글몬을 괴롭히는 일이다. 임프몬은 더욱 강해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디지몬이다. 물론 이것은 모든 디지몬의 본능이기도 하지만 임프몬의 욕망은 다른 디지몬과 조금 다르다. 그는 인간의 힘 없이 강해지기를 원한다. 그는 유대를 거부하는 캐릭터다. 길몬은 그를 친구라 여기고 레나몬은 그를 염려하지만 임프몬은 자신이 그들과 친구라 생각하다가도 금세 생각을 고친다. 유대를 거부하고 유대 없이 강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프몬은 성장기 디지몬이다. 디지몬은 성장기가 되어야 비로소 싸움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말하자면 임프몬은 이제 겨우 링 위에 오를 자격 정도가 생긴 디지몬인 것이다.  그는 아주 약하다. 테이머가 있는 길몬, 레나몬, 테리어몬이 진화를 거듭하며 나날이 새로운 힘을 쌓아갈 때 임프몬은 여전히 성장기에 머무른 채 나약한 자신을 마주해야 했다. 그는 인간과의 유대 없이 강해지기를 원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임프몬은 인간 세계를 공격하려는 주작몬의 힘을 빌려 진화의 힘을 얻는다. 힘을 얻는 조건은 단 한 가지였다. 


신을 따를 것. 신은 주작몬을 말한다.


그는 유대 없는 힘을 원했고 주작몬은 이를 들어줬다. 신을 따르라는 말은 곧 아이들을 공격하라는 말이며 이는 유대를 거부하라는 의미다. 아주 희미한 유대라 할지라도 가지고 있다면 모두 버리고 적대시하라는 말이다. 성장기 임프몬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절대완전체 베르제브몬으로 진화함으로써 모든 유대를 끊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임프몬이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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