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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박 Jul 14. 2023

발이 닿는 곳

집은 사람의 온도를 닮아야 한다


어느 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아이보리 색의 타일이 깔려있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그 타일 바닥이 어찌나 차갑던지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다. 만약 지금이 차가운 겨울이었다면 그 바닥은 나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겠지.(물론 그 집에는 실내화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집에서 실내화를 잘 신지 않는다.)


언젠가, 주택 리모델링을 할 때, 현관과 복도가 처음 맞닿는 부분에 인조대리석을 그려놓았다가 급하게 원목으로 바꿔놓은 적이 있다. 그때는 거실에서 뻗어 나오는 마루를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었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나의 신체가 처음으로 집과 맞닿는 부분을 차가운 타일이 아닌 나무로 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타일이나 대리석으로 깔린 바닥은 꽤나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그 재료들은 꽤나 무심해서 자신의 열을 너무도 쉽게 잃어버리고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우리의 몸은 그 무심함에 섬칫함을 느낀다.


집은 온몸이 닿는다. 발이 닿고 손이 닿고 엉덩이가 닿고 등이 닿고 허벅지가 닿고 팔뚝이 닿는다. 집은 사람의 온도를 헤아려야 한다. 사람의 온도는 일정하고 그것과 멀어진 집의 온도는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기억은 꽤나 강렬하고 오래 남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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