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에 대한 친구들과의 이야기

존재의 번영에 대하여

by 까칠한 펜촉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는 같은 직장에서 10년 이상 고락을 함께한 친구 사이다.


아마도 초/중/고/대학교/대학원/또 다른 직장의 친구 그룹들에 비해 가장 빈번히 만나는 사이인 것 같다.

30대 초에 만나서 40대 중반까지 한 직장에서 생활했고, 처음부터 모두 친했던 건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들의 나이 또래가 비슷하다 보니 공통된 이야깃거리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과거 특정 시점에 멈춰있는 추억이 아니라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공통의 이야깃거리가 있어 어떤 추억은 확장되고, 어떤 것은 새롭게 쌓인다. 이것이 우리 만남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이들과의 만남이 즐거운 이유는 '무엇도 숨길 게 없다.'는 점이다.

한 회사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 선배, 저 선배에게 까이는 것도 함께 봤고, 사유는 달랐어도 몇 번씩 험준한 인내의 시간을 겪어 온 것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체면, 허세, 난 체 젠체하는 가면을 벗고 땡깡을 피고 고집을 부려도 이들에게는 나는 마음을 놓는다.


또 하나, 우리의 우정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다.

서로의 실수와 평판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만큼 우리들 각자의 장점과 특성에 대해서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삶이라는 그리고,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우리의 직장 생활에서 많은 후배들에게 호의와 존중을 받았던 우리들은 우리가 쌓아갔던 그리고 쌓아놓은 그 위업을 알고 있다. 여기에 중요한 건 우리는 매우 평범한 중년의 직장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누구 하나 특별하고 유난하게 잘 난 것은 없다. 오히려 그 점이 서로의 장점을 더욱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굳이 지적하지 않으면서도 달랠 수 있는 그런 인정과 존중의 교차가 우리 우정의 핵심일테다.


이런 친구들이 최근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했던 얘기 중 하나가.

"우리 이제 더 이상 너무 열심히 노력하지는 말자."였다.




열심히 사는 건 뭐였지?


나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살았던 기억이 이젠 안나."

열심히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여러분들은 열심히 산다는 걸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예컨대 이런 것일까?

08:00 정시 출근 --> 06:30 실제 출근

17:00 정시 퇴근 --> 21:00 실제 퇴근

점심 식사 거르고 일, 퇴근 즈음에야 생각난 것 '아... 나 오늘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네?'

이러면 열심히 산 걸까?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봤다.


예컨대 이런 것은 어떨까?

3년 간 KPI 'A, S, A등급'은 어떤가? 혹은, 동료들보다 빠른 승진. 중소기업이지만 임원 활동 등등

이러면 열심히 산 걸까? 그렇다면 그렇게도 살아봤다.


그런데 질문을 좀 바꿔보자.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앞서 얘기한 '열심'이라는 것은 사실 굉장히 무미건조하고, 모호하며, 애매하다.

내 친구들 뿐 아니라, 세상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 정도 '열심히 살고 있다.'라고 누구나 얘기한다.


열심히 살았을 때 우리는 주변에 좋은 평판과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살아왔던 대가는 딱 거기까지다.

앞으로도 우리가 주변의 평판과 평가에 신경을 써야 할까? 아쉽게도 우리는 이제 그런 나이나 경력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사는 여부보다는 앞으로의 우리 인생을 어떻게 잘 살 것인지를 궁리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일찍 출근하지만 더 이상 야근 하지 않는다. 여전히 주변에 평가와 평판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 평가, 평판이 싫으면 떠나면 된다. 그런 지긋지긋한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식보다는 우리는 보다 스스로의 삶의 효용성 있게 잘 사는 방법에 더욱 치중하여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었다.

1. 무작정 열심히 살지 말고,

2. 남의 눈치와 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3. 내 삶의 목표와 가치관을 뚜렷이 하여,

4. 잘 먹고, 잘 살 정도로 효율적으로 살아가자!


그도 그런 것이...

이젠 나이가 들어서 열정도 식고, 몸도 쉽게 지친다.

3시만 되면 눈알이 뻑뻑하고 하품도 나오고... 가끔은 어지럼증으로 일상이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우리 인생의 목표는 더욱 선명하고 또렷해야 한다.




인생 2막에 대하여


우리는 이런 얘기도 나눴다. '정년이 65세까지 늘어난다는 것.'

아직 대기업에 있는 친구들이야 너무나 환영할 얘기지만 그 회사를 떠나온 나로서는 부러워해야만 하는 이야기였다.


한 때는 여전히 그 회사에 있는 친구들을 보며 '인생에 꿈도 없고, 도전 의식도 없는 것들...'이라며 우수게 소리로 비난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앞으로의 삶에 대한 여유로움은 그들이 유리한 것은 맞는 것 같다.


회사 사장의 혈연/혈맹이 아니고서야 중소기업의 임원은 대기업의 부장급만도 못하다. 부당한 처우에 항명하기도 어렵고 불합리, 부조리한 많은 일에서 어떤 때는 어처구니없게도 동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임원질이란 얘기가 나올 만큼 중소기업 임원은 차라리 엉덩이 무거운 직원보다 나을 것도 없는 처지다.


우리의 삶의 색깔은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갈라 질 것이다.

인생 2막에 대한 것 말이다.


시작 시점부터 차이가 있을 테고, 2막의 주제도 아주 많이도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건물주로

어떤 이는 빵가게 주인으로

어떤 이는 작가로

어떤 이는 사업가로..


나는 부디 우리가 각자의 주제로 인생 2막을 생활하며, 우리가 서로 겪어보지 못했던 2막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그때쯤은 우리 모두가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과 부담을 상당히 내려놓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각자의 기(機), 예(藝)를 더욱 가꿔가야 한다.

지금 그 노력이 미래에도 여전히 새로운 자극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면 함께하는 추억을 확장하고, 새롭게 저장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관계의 동력이 될 터이다.




열심히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을 혼돈하지는 말자.

그러나, 우리는 잘 사는 것을 추구하며 노력하며 살아가자!!


또 보고 싶다. 친구들.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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