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번영에 대하여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 낸 기업은 비슷한 면(面)이 많다.
기업뿐만 아니라 인지 혁명을 거쳐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적 개념 ‘집단, 단체, 기업, 국가 등’이 모두 인간과 비슷한 형질을 갖는다. 그중 가장 비슷한 것이라면 ‘탄생, 성장, 성숙, 사망’에 이르는 인간의 생애 주기와 같이 ‘창업, 성장, 성숙, 쇠퇴(또는 소멸)’라는 동일한 과정을 겪는 것이다.
이와 동일한 면으로 기업을 예로 인간의 내면(혹은 자아)을 들여다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에 이른다.
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하거나 경영 전략을 수립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내부 역량’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 부족하다는 것과 심지어 인식의 부조화로 인해 자(自) 기업의 역량에 대해 큰 오해와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전략은 두 가지 축으로부터 나온다. 하나는 외부 시장의 기회나 위협이고 나머지는 내부 역량의 강함과 약함이다. SWOT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최근에는 SWOT 분석을 올드 패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든 고전은 문명이 지속되는 한 형태만 바뀔 뿐 ‘죽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기업의 외연 확장, 지속가능성의 확보 등 미래 성장 전략의 한 축은 분명 내부 역량이다. 그러나, 이 내부 역량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대부분의 기업에서 발견된다. 내부 역량의 부재 혹은 미비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 중 하나가 인오가닉(Inorganic),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인데 여기에서도 심대한 착각이 있다. 바로 내부 역량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이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펌 맥킨지(Mckinsey)는 조직 분석(기업의 내부 역량 분석)의 요소로 아래 7가지(7S라고 부르는)를 둔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역량의 정렬(**Alignment)과 효과성을 평가하게 된다.
Strategy (전략)
Structure (조직 구성 방식, 권한 분산 등)
Systems (의사결정 절차, 운영지침, 업무 프로세스 등)
Shared Values (조직문화와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핵심 가치관)
Style (리더십과 조직 전반의 협업, 소통 방식)
Staff (구성원의 역량, 육성 전략)
Skills (조직과 구성원이 가진 핵심 기술과 능력)
흔히, 인오가닉 전략이 요구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내부 역량 6번, 7번의 부재로 든다. 나머지 1번부터 5번은 자연히 이뤄질 수 있다는 심대한 착각이 여기서 발생된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이나 투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하는 성장에는 이르지 못한다. 순전히 잘못된 내부 역량 진단과 분석 탓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우리가 만들어 낸 기업을 우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근원적 이유는 내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내가 나를 어떻게 알아야 하는지도 우리는 모른다.
늘 산업, 시장, 경쟁사, 고객 만을 바라보는 기업의 눈은 사회, 회사, 가족, 친구 심지어 SNS 팔로워 등 주변인들에게 고정된 우리의 눈, 귀와 너무나 닮았다.
기업이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새롭게 외연을 확장하며, 지속가능성 확보가 필요한 시기에 새로운 전략을 정립하듯. 우리의 삶도 이전과 다른 변화의 시점에서 우리 삶의 방향성과 기울기를 새롭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응당 필요한 것이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고 거짓 없는 눈으로 현재를 각성하는 것이다.
내면의 역량을 각성하기에 중요한 한 가지는 앞서 맥킨지 7S 분석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적 역량과 내면의 역량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Staff, Skills 등이 기(技), 예(藝)와 관련된 내적 역량이라면 내면의 역량은 ‘내 가치관, 삶의 원칙, 의사 결정의 기준, 감정의 규율, 절제와 평정심, 의지, 좋은 것 옳은 것 정의로운 것을 가려내는 등’의 이성적 원리 즉, 나만의 로고스(Logos)를 의미한다.
기업에서 ‘의사 결정이 안된다. 오래 걸린다. 합리적이지 않다. 문제가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나, 개인에게 ‘의지가 약하다. 결단력이 부족하다. 추진력이 없다.’라고 얘기하는 것인 같은 이유다.
바로 이성적 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성적 원리 즉, 내면의 역량을 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스토아철학에서 얘기하는 4가지 덕목(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실천하며 이를 추천한다.
첫 번째 지혜이다.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편견을 갖지 않는다.
사실과 주장, 의견을 구분한다.
나의 주장과 의견이 피력할 때는 반드시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논리를 기준으로 한다.
두 번째 용기이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피곤할 것과 힘들어질 것을 염려하지 않는다.
콤플렉스, 자격지심에서 자유로워진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 번째 절제이다.
말을 아끼고 경청한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가장 힘든 것 중 하나)
불필요한 것을 구매하지 않는다.
흥분하지 않는다.
나를 소재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네 번째 정의이다.
모든 의사 결정에 기준이 된다. 좋은 것 옳은 것 정의로운 것 중 정의가 최우선이다.
불의를 보면 무시하지 않는다.
사소한 법까지 준수한다.
다른 사람의 정의를 중요하게 인정하고 지켜준다.
내 삶의 원칙이 맞지 않다고 판단하면 정의의 기준에서 수렴한다.
기실, 내면의 역량, 이성적인 원칙은 다 알아서 만들기 바란다. 그리고, 오해하지 말자. 내면의 역량을 키우는 건 도를 닦거나 종교에 심취하거나 명상에 빠지란 말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형편에 맞춰 역량을 키워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아(自我)라는 말은 누구나 아는 단어다. 그런데, ‘당신의 자아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고 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자아는 내면에 있는 자신이기 때문이고, 우리는 타인의 외면보다 자신의 내면을 더 모른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우리 각자는 서로의 자아는 모른 채, 관계가 끊어지고 나서야 왜 우리가 맞지 않았는지 어떤 사소한 감정과 이유가 그토록 오랜 시간을 알아온 우리의 인연이 끊게 했는지 알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요즘. 외연을 키우는 것보다 내면 키우는 것에 노력을 한다. 얼마 전 나를 오랜 시간 알아온 이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에게 각인된 나의 외연이 참으로 깊게 박혔기에 얼마나 시간이 지나고 내가 노력해야 나의 내면이 그들에게 새롭게 보일 수 있을지 한참을 생각해 봤다.
결국, 내 외연이 깨지고 내 면의 빛이 그 틈을 넘어 환하게 비치고 나서야 가능할 테지.
- 까칠한 펜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