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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교생 Mar 19. 2023

제대로 '관종'이 되기엔 용기가 부족하다.

인터넷 공간에 '나'를 드러내기

유튜브를 해보지 그래?


약속이 있을 때마다 영상을 찍는 친구가 있다. 오랜만에 본 자리에서도 삼각대부터 설치를 하고 있길래 무심코 한 마디를 건넸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친구는 자신이 얼마나 영상에 관심이 많은지와 평소 홀로 찍어왔던 브이로그들을 보여줬다. 몇 개는 윈도 무비메이커를 활용하여 멋들어지게 편집한 것도 있었다. 퀄리티가 제법 대기업 유튜버들의 그것과 견줄 수준이라 놀라기도 했다. 자기 계발의 좋은 모습으로 각광받던 '퇴근 후의 다른 삶'이 이젠 응당 갖춰야 할 덕목쯤으로 대중화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확실히 변화는 아이들이 빨리 받아들인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면 틱톡 영상을 찍는다고 복도나 운동장 한편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걔 중에는 제법 유명해져 수만 명 단위의 팔로워를 가진 학생들도 있다. 한 번 보여달라는 말에 자랑스레 내민 휴대폰 속 학생의 계정에는 처음 보는 언어로 된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었고 하나같이 온갖 색깔의 하트가 가득했다. 말로만 듣던 인플루언서님이셨군요. 사인이라도 받아야 하나 싶다가 휴대폰 제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서 교무실로 가서 폰을 내고 오라고 했다.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은 개업을 한다고 한다. 사무실을 차리고 홍보를 해야겠는데 이미 지역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왔던 사람들과 경쟁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젊은 층부터 공략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며 나에게 블로그 운영에 대한 팁을 달라고 했다. 나는 만년필을 좋아하여 문구 블로그를 꽤 오래 운영해 왔었다. 아는 사람도 몇 없는 일기장 같은 곳이지만 그나마가 급하다는 것이다.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나면 축하의 의미로 몇 편 글도 써주고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 형태가 영상이든 글이든 노래든 춤이든, 본업 이외의 무언가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제법 늘어나는 모습들이다. 물론 가만히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인터넷 공간에 나를 드러내고 대중의 품에 자신을 던진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아주 오래전부터 영상을 만들어서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딱히 주제는 없다고 하더라도 나만의 감성으로 편집하여 꾸준히 올리다 보면 어딘가 쓰이지 않을까. 훗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날이 오면 업체가 틀어주는 급조 영상보단 좀 더 멋들어진 작품을 틀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용기다. 글은 나를 전부 드러낼 필요가 없으니 부담이 적다. 그러나 영상은 노출의 정도가 훨씬 심하다. 글처럼 고쳐쓰기도 쉽지 않으니 무언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마저 든다. 블로그나 브런치에는 올린 지 수개월 전의 글도 내용을 일부 다듬거나 오타를 찾아 고치는 일이 일상이었는데 영상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어딘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남아있다. 그리고 그 일이 글쓰기만큼이나 제법 재밌을 것 같다는 직감도 든다.


언젠가 부장 선생님이 했던 말이 있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사세요


그래, 하고 싶은 일이니 언젠간 용기를 내야지. 그래도 오늘 당장은 아닌 것 같으니 조금만 미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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