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장 보는 재미

퇴사 후 일상

by 뚜작


Day 82


현금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이 늦을 때가 많았고, 자연스레 장을 보는 일은 틈틈이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주문을 하거나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주문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마트가 문 닫기 전에 대량으로 구매하거나, 급할 때는 퇴근하면서 배*이나 G*등 바로 배달이 가능한 어플 등을 이용해서 미리 집 앞에 배송을 시켜두곤 했다.

그런 내가 퇴사 후에 장 보는 것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라면 동네에서 소소하게 구매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몰랐던 동네의 알짜배기 상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다 보면 그동안은 알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야채, 과일 등의 작은 상점들이 참 많다.

특히나 자주 이용하는 곳은 지하철 역 건너편에 옛날과자 집과 붙어있는 야채 상점이다. 과일도 간혹 팔긴 하는데 종류는 많지 않지만 어쩌다 과일을 사 먹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실패한 적이 없다.

야채는 더 놀랍다. 어떻게 이 가격에 이런 싱싱한 야채를 파시는 거지? 하는 의문이 매번 드는 신기한 가게다.

인터넷으로 구매하거나 대량 구매하는 게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여기는 차원이 다른 곳이다.

그때그때 필요한 야채를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구매할 수 있고, 집에서 몇 분만 걸어 나오면 쉽게 올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하나 문제가 있다면 이런 집들은 카드를 내기 조금 미안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느 가게에서는 얼마 안 되는데 이건 현금 내야지~ 하고 바로 앞에서 한 소리를 들으시는 아주머니를 본 적도 있다.

다행히 자주 가는 지하철 역 건너편 야채 상점은 적은 가격도 카드로 해도 된다고 흔쾌히 받아주시지만 적은 금액은 현금을 선호하지 않는 다른 가게를 마주하고 나니 오히려 더 현금을 준비하게 된다.

이전에 내가 가지고 다니던 현금이라면 겨울에 붕어빵 사 먹는 용도, 또는 몇 개월에 한 번 정도 복권이 사고 싶을 때는 대비한 소소한 현금이었다.

요즘은 계좌이체를 받는 집들도 많아서 바로 이체를 하기도 하지만, 유독 동네 야채가게를 지날 때면 현금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조금 더 걸어가면 있는 야채가게는 앞에 아파트 단지가 많은 탓인지 늘 줄이 늘어서있다.

그곳 역시 5천 원 이하는 ’ 현금결제만 가능‘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어쩌면 늘어진 줄이 빨리 빠지는 이유는 딱딱 현금내면 계산이 빨리 끝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래저래 동네에서 소소한 장을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현금을 조금씩 챙겨 다니기 시작했다.

작은 카드지갑에 현금을 여러 번 접어서 넣고 있는데, 이러다 조만간 장지갑으로 바꾸게 되는 건 아닐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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