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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예령 Jul 13. 2022

02. [프롤로그] 공간, 머무는 곳- 그 이상으로

캐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전하는 자연주의 인테리어 이야기


우리가 집을 짓는 이유는 자연으로부터 보호되어 실내에서 생활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 실내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말하고 있는 '자연주의 인테리어' 입니다. '실내 공간' 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구현해 그곳이 우리에게 신체적 정신적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런 공간에만 머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건축가님들이 이 글을 읽으시면 기분 나빠 하실 수도 있겠지만 :)  정말 중요한 곳은 실내입니다.  전 장에서 언급한 적 있는 미국 환경 기구 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www.epa.gov) 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인은 90% 이상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지요. 회사, 학교, 그 모든 공간 역시 실내이며, 그 실내 공간이 ‘집’ 이 전부인 경우도 많지요. 여성과 어린이 노인 같은 노약자들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IEQ 라고 들어보셨나요? 실내 환경의 질 (Indoor Environmental Quality) 은 건축/실내건축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코어 개념 중 하나입니다.  IEQ 는 실내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보는데 1. 실내 공기 질 2. 빛 (자연광/인조광) 3. 온도와 습도 4. 인체공학적 설계 5. 뷰 6. 소음 등의 요소들을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봅니다. 이 IEQ 는 사용자 (업무/상업/교육 공간의 경우) 와 거주자 (주거 공간의 경우) 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건강과 삶의 질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Image Reference: 디자이너 개인작업 ⓒ




우리가 모두 너무나 다 잘 알고 있듯이 외부의 미세먼지는 매우 위헙합니다. 중국에서부터 오는 황사와 스모그는 물론 국내에 많은 요소들로부터 방출되는 공기중 유해 물질과 미세먼지에의 노출은 매우 심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침과 호흡곤란, 눈 따가움, 천식 악화, 부정맥 등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 그리고 암 등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심각한 질병들을 일으키지요.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미세먼지에 대한 뉴스가 조금 수그러 들어서 그렇지만, 미세먼지에 대해서 뉴스나 기타 언론에서 얼마나 많은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는지 기억 나시지요? 그런데 내부의 미세 먼지에 대해서 우리는 많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집 내부에서도 역시, 그보다 더 치명적이고도 많은 양의 유해물질이 지속적으로 방출되고 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갔을 때, 새로 인테리어를 하고 난 후, 유난히 머리가 아프고 피로감이 온다면 그건 우리의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고 집안에 새로 시공한 내장재로부터 유해물질이 계속해서 방출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이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이가 성격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학교나 집 안에 시공된 나쁜 자재에서 나오는 물질들이 지속적으로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예쁘고 아름답기만 화려한 인테리어에 이렇게 오염물질이 가득하게 된 것은- 건축 자재의 발달로 저렴하면서도 고효율적인 자재와 제품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골조재, 단열재, 마감재, 싸고, 좋아 보이게 만드는 가구들, 그리고 청소가 잘 되는 청소용품들 등) 해당 제품들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싸고 관리가 조금 더 쉽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패널 위에 나무 무늬 프린팅을 발라 원목마루 행세를 하고 있는 ‘강마루’를 전체적으로 깔고,  가격이 싸고 가공이 쉽다는 이유로 원목 대신 포르말린 가득한 PB 코어재에 합성 수지나 필름을 입힌 붙박이장들을 부엌과 현관, 방 곳곳에 짜 넣고, 고급스럽고 아름답다는 이유로, 천연 소재 대신 비닐인 PVC 로 만들어진 ‘실크 벽지’를 집안 전체에 발랐습니다.  


실제 플라스틱+비닐인 강마루를 깔 때는 유독성이 짙은 본드를 사용하고, 부엌장 PB 면들에서는 지속적으로 포르마린과 VOCs 가 방출되고 있습니다. 자연과 가까운 삶자연과 닮은 삶을 계획하여 전원주택/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고, 이미 많이 망가진 지구를 위해, 그 1.5˚C를 지켜주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지양하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고, 마트에는 에코백을 챙겨가는 우리입니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새로 할 때는- 싸고 관리가 ‘아주 조금’ 편리하다는 이유로 필름지에 오크무늬를 프린팅한 가짜 나무를 시공하고, 싸고 ‘다른집도 다 이렇게 한다’ 는 이유로, 필름지에 화학풀을 발라 붙박이장 위에, 문에, 샤시에 덧입힌 후에 ‘예쁘다며, 색을 잘 골랐다며’ 기뻐합니다. 


공간, 우리에게 공간이 주는 영향은 커다랗습니다. 어느 위치에, 어떤 높이에, 그리고 어떻게 생긴 공간에 우리가 상주하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자재들로, 어떤 색감으로, 마감이 되어 있는 공간인지에 따라 우리는 건강할 수도 아플 수도, 기분이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들로 어떻게 채워진 공간이냐에 따라도 많이 다르지요. 얼마나 정돈이 잘 되어 있고, 얼마나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인지에 따라 삶의 질도 많이 달라집니다. 




자연의 위험한 것들 (비바람과 어둠 등) 은 막아주는 안전한 공간, 

자연의 좋은 것들은 적절하고 올바르게 내부에 옮겨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간, 


 

거주하다 (Dwell),  머물다 (Stay), 그리고 사용하다 (Use) 

이 세 가지 행위가 모두 이루어지는 그 공간- 

그 공간이 조금 더 우리에게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작용하는 일-


그것이 바로 '자연주의' 인테리어입니다. 























l 민예령 l
캐나다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했고 실무 역시 캐나다 밴쿠버 (KKCG&ONNI GROUP) 에서 쌓았습니다.
현재 한국에 돌아와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서울에서 인테리어 설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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