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샘터 동화 우수 작품집
이번 샘터 동화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리광명을 만나다'가 책으로 나왔다. '리광명'이라는 이름부터 어림 짐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북한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북한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몇 년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둘째가 한 살이었을때 처음으로 그 땅을 밟았으니 아이들에게 북한은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스코틀랜드에서 살면서 북한이 생각날 때가 많다.
영국에서 산 전기밥솥에다 5인분 이상의 밥을 하면 설익기가 쉽다. 물을 더 붓고 강제로 버튼을 다시 눌러서 또 밥을 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흰밥은 떡인지 불은 면발인지 쌀의 정체성을 그만 잃고 만다. 북한에서 먹었던 가마솥 밥은 다르다. 아궁이에 나무를 넣고 불을 때면 서서히 가마솥이 데워진다. 누런 누룽지들이 밑바닥을 먼저 쫙 깔아주면서 흰밥들을 살포시 안아주니 밥이 고소하고 달달할 수밖에 없다.
고슬고슬한 흰밥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제일 그리운 건 사람이다.
한 번은 집 대문이 고장 났었다. 닫히질 않으니 찬 바람이 문틈 사이로 휘휘 들어오면서 자꾸만 덜그럭 거렸다. 내일은 시장에 가서 새 문으로 바꿔야겠다고 말하자 듣고 있던 친구가 그럴 필요 없단다. 친구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고물이 있는 곳으로 갔다. 철 덩어리 하나를 들더니 뚱땅뚱당 망치로 두들기고 용접을 하고선 문고리를 만들었다. 솔직히 유리 대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문고리였지만 문은 제대로 닫혔다.
책 속의 '리광명'은 내 친구를 닮았다. 상자를 위에서 열지 않고 밑바닥부터 여는 아이. 과자 봉지를 묶어서 뗏목을 만들 줄 아는 아이. 모난 철들을 모아 드럼을 칠 줄 아는 아이.
광명이를 쓰면서 잠깐이 나마다 그리운 북한에 다녀왔다. 한국과 전혀 다를 것 없는 북한의 바닷가에서 초록이라는 한국아이를 만났고 통 안의 이쑤시개처럼 복잡한 장마당도 구경하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낙지순대라는 걸 먹어봤다. 어찌나 맛있던지.. 버거킹처럼 '낙지순대킹'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 본다.
특등이 피었습니다.
이번 샘터에서 나온 '특등이 피었습니다'는 제45회 샘터 동화상을 수상한 세 작품이 실려있다.
툭 튀어나온 등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의 향기로운 마음 『특등이 피었습니다』강난희 작가.
연두색을 좋아하는 할머니의 손자 로봇이 배워 가는 마음 『연두색 마음』오서하 작가.
콕 안기고 싶은 봄날과 같은 그림에 전미영 작가.
강난희 작가와 오서하 작가의 따스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7년간 홈스쿨링을 하면서 동화를 읽게 되었다. 아이들과 같이 읽다가 "엄마, 왜 울어요?" 아니면 "엄마, 이게 재밌어요?"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책 속의 이야기가 어린이보다는 나를 위해 쓰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온전히 나를 위해 동화책을 샀다. 처음으로 책 작업을 도와주신 샘터의 김초록 편집장님께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초록이가 세상에 나왔다. 실패만 반복하던 초록이에게 빨간 시그널이 켜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잠깐 멈추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늦게 가거나 돌아가는 것처럼 느끼더라도 그 시간이 얼마나 절실하게 소중한지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샘터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 대는 꾸준히 동화를 쓰고 싶다.
https://m.yes24.com/Goods/Detail/121548938
제일 위의 그림은 '리광명을 만나다' 중, 전미영 작가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