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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계, 이게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엄마의 크리스마스 선물 다시 받을 수 있을까?

by 소요

엄마 자? 눈 좀 떠 봐. 아니다. 힘들면 눈 감고 있어. 엄마 내 말 들려? 엄마 오늘 무슨 날인 줄 알아? 크리스마스야.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알지? 예수님 생일이잖아. 엄마 그거 기억나? 나 어렸을 때 우리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거 없냐고 투정 부렸었잖아. 친구들은 인형이랑 시계 같은 선물도 받고 그러는데 우리는 뭐 없냐고. 엄마는 우리는 예수님도 안 믿는데 크리스마스가 어딨냐고 그랬었잖아. 나이 들고 좀 먹고 살만해지니까 엄마도 참 낭만적인 사람이더만 그때 엄마는 크리스마스에 대한 내 로망을 채워주지 못했지. 그때 우리 집 형편에 그런 낭만은 사치였겠지. 나는 그런 우리 집 형편과 멋 없는 엄마가 늘 불만이었고 친구들에게도 숨기고 싶어 했지. 그땐 엄마가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고 얼마나 힘든 지 그런 건 생각도 못했어. 아니 어렴풋이 알고는 있어도 외면했고 원망할 뿐이었지. 그다음 해인가.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났는데 우리 삼 남매 한 이불에 나란히 자고 있던 머리맡에 초코파이 한 상자가 놓여있었어. 설마 이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게 뭐냐고 물었을 때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그랬었지. 에계, 이게 뭐냐고. 초코파이가 무슨 크리스마스 선물이냐고 나는 심드렁하게 반응했지. 동생들은 그것도 신나서 초코파이 먹었던 거 같은데 나는 거부의 표현으로 안 먹었고. 엄마는 나름 신경 쓴다고 초코파이 한 박스를 사서 우리가 잠들기를 기다려 우리 머리맡에 놓았을 텐데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리기는커녕 무시했던 거 같아. 그때 엄마 얼굴이 생각 안 나. 틀림없이 속상했을 텐데, 어떻게 해도 욕심 많은 딸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낙심했을 텐데, 엄마 얼굴이 생각 안 나. 그만큼 나는 엄마 마음 같은 건 안중에 없었던 거야. 그런데 엄마 나 오늘 그때 그 초코파이, 그것도 선물이냐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엄마의 초코파이가 하루종일 생각나네. 엄마 미안해. 그땐 몰랐어. 그 초코파이에 담김 엄마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은데, 이제는 맛있게 먹어줄 수 있는데, 엄마가 병들고 아프네. 엄마, 나 초코파이 먹고 싶은데, 초코파이 크리스마스 선물 받고 싶은데…엄마 내 말 듣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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