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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Nov 29. 2021

사회복지사의 급여가 낮은 이유

사회복지사들 사이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사회복지사 둘이 결혼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 


실제로는 그렇진 않겠지만 그만큼 급여가 낮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이 급여보다는 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사는 독특하게도 '적정한 급여'의 수준이 정해져 있다. 무려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있다. 


2021년 사회복지사 급여기준( 구글에서 쉽게 검색 가능하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점은 '권고' 라는 점이다. 또한 권고이기 때문에 위 기준에 따라서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 내용을 보면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함이고 심지어 관련한 법도 있다. 법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강제성은 없고, '노력하여야 한다'라고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 사회복지사의 초임은 어느 정도 될까? 여러분이 처음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최저임금을 받게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렇다. 필자가 속한 노인분야에서는 더 그렇고 수도권에 있는 민간이 설립한 기관이라면 거의 확실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나마 사회복지 법인 소속기관은 대부분 위의 권고를 따르지만 규모가 작은 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현실적으로 이 기준을 따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즉, 위의 가이드라인 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그럼, 심지어 법으로 '권고'까지 하고 있는데 그것도 지켜지지 않을 만큼 급여가 낮은 이유는 뭘까? 아니, 애초에 왜 법으로 권고를 해야 할 정도로 사회복지사의 급여 수준은 열악한 것일까? 


 이건 법이 잘못되었다거나,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거나, 혹은 탐욕스러운 시설장이 급여를 착복하거나 하는, 누군가가 원망을 들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시장 원리의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일단 자유시장경제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돌아 보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어떤 우수한 성과를 내거나, 조직에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이다. 즉, 성과를 많이 내는 사람에게 더 많이 보상하는 것이 우리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직에서 누가 일을 잘하는지 '업무 평가'를 하는 것이다. 업무를 평가해서 일을 잘하는 사람을 '식별'해 내고 그 기준에 따라 보상한다. 많은 조직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업종별, 직책별 차이야 있겠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아마 비슷하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평가를 하기가 애매하다. 어떤 사회복지사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어떤 복지관에서 어떤 사회복지사가 새로 입사해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과거에는 참석자 수가 저조했는데 이번에는 폭발적으로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혹은, 과거에는 10여 개 정도의 노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30여 개 정도의 사업을 수행하였다. 이 경우 과연 일을 잘한 것일까? 영리 분야에서는 수익률과 연관 지어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즉, 돈을 버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와 연관 지어 계산하면 된다. 하지만 사회복지분야에서는 다르다. 단지 그 해에 갑자기 해당 프로그램의 주제가 유행하면서 참여자가 늘었을 수도 있고, 사업을 많이 했지만 참여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거나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위의 예시는 어떻게 사업을 수행했는가 이지, 얼마나 잘했는지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 서비스를 얼마나 잘 제공했는가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만족도 조사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만족도 조사는 변별력이 거의 없다. 일단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무언가 '주는' 사업이다. 그리고 참여자들은 어쨌든 뭔가 '받았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거의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이다.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는 만족하지 않았어도 감사한 마음에 만족도를 높은 점수를 주게 마련이다. 혹은 만족도를 낮게 평가했다가 지금 받는 것이 없어지면 안 되니까 일단 높게 주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혹은, 공짜로 받는 주제에 뭐가 불만이야?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즉,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당연히 사회복지사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알 수가 없다. 급여를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급여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없다. 


그럼 당연히 급여는 최대한 낮게 준다. 


예산은 아껴야 하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특히 후원금이 수혜자에게 사용되지 않고 관련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무리 어떤 사회복지사가 정말 후원자를 감동시켜서 후원을 이끌어 냈다고 해도 그 사회복지사의 급여를 올려주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된다. 영리 조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그런 이유들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급여는 항상 절감의 대상이 되고 최저기준에 맞춰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급여를 높게 받으려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원사업을 받아내서 그 사업에서 내 급여를 만들어 내면 된다. 물론 내가 해당 조직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어야 할뿐더러 그 지원사업에 선정될 역량이 있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나 그나마 사회복지사가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 꿈꿔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공무원처럼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복지사로서는 안정성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때문에 당신이 사회복지사로서 무언가 이뤄보고 싶다면 지원사업에 어떻게 지원하고 그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기를 권한다. 


 하지만, 위의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100명 중에 한 명이나 될까? 대부분은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업무 범위에서 맡은 일을 수행하기만으로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정말 안타깝게도 급여를 스스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필자가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을 말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소명의식만으로 하기에는 금전적 보상이 너무 적다. 


 다행히 좋은 소식이 있다. 최근 영리 분야에서 사회복지사의 업무인 복지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와 유사한 가치를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 분야에서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려는 시도이다. 해당 기업이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그 가치를 금전적이 가치로 측정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정말 비영리 분야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경영 전반에 걸쳐서 소위 '착한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ESG경영이 대세가 되면서 이러한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측정도구들 역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만일 이러한 도구가 정착이 된다면 비영리 분야에서도 역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아마도 사회복지사도 자신의 급여를 높일 수 있는 근거를 찾게 될 것이다.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사의 급여에 대한 인식 역시 조금은 달라 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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