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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11. 2021

나의 루비 반지

"But 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


모두들  다이아몬드가 최고라고 하지만 약혼반지로는 반드시 색이 있는 돌을 구하고 싶었다. 간절히 원했던 건, 작은 가게에서 숙명적으로  만나게 된, 푸른 돌이 꼭 맞게 물려있는 어떤 오래된 반지. 하지만 어디든 바다 건너로 훌쩍 날아가서는 그 작은 가게를 기적처럼  찾아, 마음에 쏙 드는 반지를 들고 돌아온다는 게 가능할 리도 없었거니와, 매달 백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을 월급으로 받고 있던  시절이기에, 아쉬운 마음 가득, 설레는 마음 가득 종로로 향했었다. 그곳에서 몰래 배롱나무꽃을 닮은 빨간 돌이 박힌 반지를  맞췄는데, 받아 들고 나니 마음에 버겁도록 가득 찼다. 


2020년의  막바지에, 우리는 매주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녔다- 정확히는 집 주변을 돌아보며 이런저런 상상만 잔뜩 한 셈이지만. 그리고  드디어 내일 그중 한 곳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 집에 살겠다는 것도 아닌데 벌써 설레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며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이미 대견하다.  


우리만의  "집을 좇는 모험"에서도 부디 예쁜 루비반지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꼭 넓지 않아도 괜찮고, 멀끔한 새 집이  아니어도 괜찮다. 뭐든 꼭 어떻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저 공간과 마음이 꼭 맞아 정 붙이고 오래도록 살 수 있는 그런 곳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배롱나무(2021), Pentax MX/Fuji C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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