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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Aug 24. 2021

스타벅스 옆집에 또 스타벅스?

CRM의 중요성

바야흐로 체인점의 시대입니다. 언젠가부터 이름 없는 구멍가게와 동네 치킨집은 점점 사라지고, CU 등 편의점 체인이나 BBQ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백종원 씨가 대중적인 맛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다양한 외식 체인점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렇게 체인점이 늘어난 덕택에 경영학에 관심 없는 보통 사람들도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즉 자기 잠식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혹은 용어는 알지 못하더라도 같은 체인의 점포가 너무 가까운 곳에 생기면 서로의 상권을 갉아먹어, 양쪽 점포의 매출이 모두 떨어진다는 개념은 모두에게 익숙해졌지요. 점포 간의 거리 문제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들이 얼굴을 붉힌다는 이야기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등장하는 단골 뉴스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같은 프랜차이즈에 속하는 점포 사이의 거리를 어느 정도 떨어뜨려서 자기 잠식을 방지하는 점포 전개 방식은 이제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상식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을 뒤집고, 특정한 지역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밀도 높게, 한 집 건너 한 집 식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체인이 있습니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을 더 찾기 힘들 정도로 유명한 커피 체인점, 바로 스타벅스입니다.


혹시 눈치채지 못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스타벅스의 발상지 시애틀에도, 첫 해외 진출지인 도쿄에도, 그리고 우리나라 강남역에도 스타벅스는 한 집 건너 한 집 식으로 뭉쳐 있습니다.


상식을 깨버리는 점포 전략, 그 뒤의 빅픽쳐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점포를 전개하면 점포의 자기 잠식률은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어떤 기사에서는 스타벅스가 신규 점포를 오픈할 때 자기 잠식률이 최소 30%를 상회한다는 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요. 일반적인 체인점이 10% 이하의 자기 잠식률을 목표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입니다. 여러분도 알고, 저도 알고, 기자도 아는 이런 사실을 혹시 스타벅스만 모르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 뻔한 이러한 전략을 스타벅스는 왜 고수하는 것일까요?


물론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전략이 스타벅스를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그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심 전략은 바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즉 고객 관계 관리입니다. 초창기부터 스타벅스의 중심 전략은 충성고객을 만들고 그 고객들이 매장을 다시 방문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모든 비즈니스 활동과 전략적 포커스를 집중시켰지요. 동네 구멍가게 커피 원두 판매점이었던 스타벅스를 지금의 스타벅스로 키워낸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이자 실질적인 창립자는, 20%의 충성고객이 자사 전체 매출의 80%를 창출한다는 이론을 창사 당시부터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처음 매장에 방문한 고객은 보통 가장 기본적이고 저렴한 커피를 마시지만,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차 가격도 높고 이윤율도 높은 스타벅스의 시그니쳐 메뉴 - 프라푸치노 등을 찾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가장 이익이 크게 남는 커피 원두 등을 수시로 구입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이지요. 하워드 슐츠의 마케팅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계속 스타벅스에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였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전략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

특정 지역을 완전히 둘러싸버리는 스타벅스 특유의 점포 전개 방식은 바로 이 CRM 전략의 일환입니다. 밀도 높은 점포 전개 방식을 통해 그 지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못 보고 지나치거나, 어디 있는지 몰라 타사 매장으로 가거나, 혹은 특정 스타벅스 매장에 손님이 너무 많아 커피 마시기를 포기해 버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 것이지요. 일단 스타벅스가 전개한 지역에 들어오면, 스타벅스를 다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방문을 포기하거나 스타벅스가 아닌 다른 곳에 가야 할 단 하나의 핑곗거리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점포 전략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유일한 전술은 아니었습니다. 집도 직장도 아닌 나만의 공간(The 3rd place: 제3의 공간)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고 점포를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였지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점포 체류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다른 카페들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한 것입니다. 이 역시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소비자 경험에 만족한 고객이 다시 스타벅스를 방문할 것이라는 CRM 전략의 일환이었지요.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직원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든지, 고객의 이름을 하나하나 컵에 적어 고객과의 유대감을 높이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는 마케팅 부서뿐 아니라 전사의 다른 비즈니스 활동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었습니다. 밀집 점포 전략을 밀고 나가기 위해 자기 잠식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방식의 사업 확장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지요. 모든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하고 정직원들을 고용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스타벅스는 사업 초기 한동안, 훌륭한 매출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별개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이런 재무적인 부담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점포 자체를 광고 매체로 활용하고, TV나 신문을 통한 일반적인 유료 광고를 일절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그 대신 고급 상권만을 택하여 집중적으로 점포를 전개했지요. 앞서 이야기했듯, 스타벅스를 못 보고 지나치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스타벅스이니, 매체를 사용한 유료광고를 하지 않아도 그 지역의 유명세와 충분한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높은 인지도와 훌륭한 브랜드 이미지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심슨가족의 풍자는 과장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전략적인 목표를 생각해 보면 사실 이 정도쯤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스타벅스가 미국을 벗어나 해외 여러 국가로 진출하면서 이러한 전략과 전술의 일부는 수정되거나, 혹은 각 국가의 문화에 맞추어 변경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애를 먹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지만, 전략의 중심을 이루는 CRM의 중요성은 지금도 변함없이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커피 회사로서는 사실 마케팅 비용 부담이 상당할 (하지만 리셀러들에게는 좋은 수입원이 될) 다이어리와 같은 한정판 굿즈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충성고객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겠지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마케터 여러분들의 CRM 전략은 어떻습니까? 혹시라도 CRM을 고객 획득(Customer Acquisition)에 따라오는 단순한 보너스 스테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으시지는 않으십니까? CRM을 최종 목표로 하는, 간단하지만 탄탄한 중심 전략. 그리고 CRM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수많은 비즈니스 활동들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갈 때 비즈니스가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는지, 스타벅스는 전 세계 1위 커피 체인이라는 결과로 그 대답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Strategy II - Concept and Critical Core: Ken Kusunoki / Hitotsubashi Business School ICS    

     Service Quality and Customer Satisfaction: Fujikawa Yoshinori / Hitotsubashi Business School ICS    

     Dynamic Equilibrium: Takashi Nawa / Hitotsubashi Business School ICS     

     Howard Schultz and Starbucks Coffee Company: Nancy F Koehn / Harvard Business School   

     Starbucks: Delivering Customer Service: Youngme Moon, John Quelch / Harvard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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