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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Sep 21. 2021

이케아의 최고 인기상품은 미트볼?

미끼상품과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

감각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 북유럽의 감성을 물씬 풍기는 가구 이케아가 한국에 소개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던 이케아 가구를 구경하기 위해,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집안 분위기를 일신해 보기 위해 처음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려고 줄 서기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이제는 그 열기도 잦아들어 가구를 구경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원하는 때 손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나 인기 있는 ‘가구점’ 이케아의 베스트셀러가 가구가 아닌 음식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어느샌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숨은(?) 맛집 이케아 미트볼의 인기몰이는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케아 미트볼의 인기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지요.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미트볼의 원조가 스웨덴이냐 아니냐라는 논란까지 일어나 스웨덴 정부가 나서서, ‘미트볼의 원조는 터키’라고 논란을 진정시킨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있습니다. 일 년 동안 이케아에서 판매되는 미트볼의 개수는 1억 5천만 봉지에 달합니다. 개수로만 따지자면 연간 7백만 개나 팔리는 최고 인기 가구 빌리(Billy) 시리즈의 무려 22배이니, 이 정도면 가구회사라기보다 미트볼 회사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당연히 가구에서 벌어들이는 이익보다 미트볼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더 짭짤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사실 이케아는 미트볼을 팔 때마다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미트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음식도 겨우 비용을 커버할 수준이거나 손해를 무릅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자기 매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게으른 마케터의 실수인 것일까요?


터키에서 온 용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웨덴 국기를 당당히 단 스웨덴 가구점의 간판스타는 분명 미트볼입니다. (사진: 이케아)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고 머무르게 만들어라

사실 이케아의 미트볼은 전형적인 미끼상품(loss-leader) 전략의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는 ‘미끼상품’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안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미끼상품은 많은 회사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지요. 이케아는 구매 결심에 다다랐던 고객들이라도 매장을 이탈하는 순간 구매를 미루거나 포기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고객들이 단순히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을 나가는 것조차 이케아 입장에서는 구매 포기로 연결될 수 있는 대단히 큰 문제였던 것이지요. 이러한 고객들을 매장 안에 묶어놓기 위해 훌륭한 음식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 것이 바로 미트볼 맛집의 시초인 것입니다.


이케아의 미끼상품 전략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신 경험이 있다면 지퍼백이나 행주 등의 다양한 생활 소비재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셨을 것입니다. 사실 이케아의 주력상품이자 본격적으로 이익이 발생하는 판매 품목인 가구는 사치재에 가깝습니다. 식탁이 없다면 불편은 하겠지만 또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지는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의자나 책장 같은 것은 구경하지 않는다면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냥 바닥에 주저앉을 수도 있고, 책을 적당히 쌓아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련된 식탁, 편안한 의자, 깔끔한 책장을 한번 보고 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우리 집과 내 방도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만큼 예뻐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지갑이 열리고, 매장에 가기 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의자를 들고 집에 돌아오게 됩니다. 즉,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는 행위 자체가 구매 의욕을 적극적으로 불러일으키고 구매를 검토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광고수단인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이케아의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구매를 할 필요성이 있는 생활 소비재는 아주 매력적인 미끼상품이겠지요. 여기에서 발생하는 개당 몇천 원 정도의 손해는 고객의 점포 방문이 가져오는 어마어마한 광고효과에 비교하면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적은 금액인 것입니다.


주력 상품이 회사의 주역이 아니라도 좋다

미끼상품 전략은 특히 유통업체에서 매우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기상품을 특별 행사를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여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모두에게 익숙하지요. 초대형 피자나 프라이드치킨 등 인기 먹거리를 싸게 판매하여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미끼상품이 반드시 저렴하거나 손해를 볼 정도로 낮은 가격의 상품일 필요는 없습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소매점의 판매 가격과 이익률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요. 편의점의 다른 상품들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이익률로, 사실 점포 전체에 기여하는 수익의 비율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매출액으로는 최소 30%에서 많은 곳은 5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하는 인기 상품이지요. 수익률이 형편없음에도 편의점에게 담배가 중요한 이유는 편의점에 오는 손님들이 담배를 사러 왔다가 다른 물건을 함께 사기 때문입니다. 편의점을 개업할 때 담배 판매 허가가 나느냐 마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라 하니, 미끼상품의 효과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슈퍼마켓도 특정 제조사나 유명한 요리사, 혹은 전통 있는 유명산지의 생산품 등과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특별한 상품을 취급함으로써 그 상품을 좋아하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그 상품 이외의 구매도 함께 유도하는 것이지요. 다양한 미끼상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은 어떻게 소비자를 매장 안으로 끌어들여서 다른 상품의 구매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인 것입니다.


고객을 부르는 상품, 매출을 주도하는 상품, 이익률이 높은 상품. 승리만 가져온다면 사실 주역은 누구라도 상관없는 이야기입니다. (사진: 슬램덩크, 이노우에 타케히코 작)


마치 스포츠 팀 안의 선수 한 명 한 명이 팀 전술 안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가지고 있듯, 회사의 상품군에도 각각 전략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상품이 전부 훌륭한 매출과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각 상품이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담당할지를 생각하여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획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수익률이 좋은 에이스 상품이 활약할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미끼상품으로 고객을 일단 우리 회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전략이 흠결 없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정말 어떻게 보면 잘 짜인 스포츠 팀의 전술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상품들은 시장이라는 경기장 안에서 저마다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까? 퍼거슨 경처럼 여러분의 모든 상품을 훌륭히 지휘할 수 있다면 시장의 왕자로 군림하는 것이 꿈같은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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