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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Aug 31. 2021

곰표, 말표, 설마 다음은 낙타표?

콜라보레이션 전략

현재 한국 마케팅의 제일 뜨거운 토픽은 누가 뭐래도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컬래버래이션), 일명 ‘콜라보’인 듯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브랜드의 콜라보가 폭소를 일으키기도 하고, 그 기발함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특히 표문 막걸리와 곰표의 콜라보레이션은 양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하였고, 어마어마한 화제를 몰고 오며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키기도 하였지요. 의외의 장소, 의외의 물건에서 만나는 기발한 브랜드 콜라보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기 충분했던 듯합니다.


콜라보가 이 정도로 대중에게 널리 각인된 것은 최근 몇 년간의 유행 덕분이지만, 사실 콜라보레이션은 상당히 오래된 마케팅 전략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아티스트와 함께 특별한 패키지를 디자인한다든지, 혹은 특정한 유통 채널을 위한 한정판을 만들어 출시하는 등의 기획은 돌이켜 보면 많은 사례가 쉽게 기억나실 것입니다. 지금처럼 엉뚱하며 톡톡 튀는 콜라보까지는 아니어도, 희소성이나 유명세를 이용하여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보려는 전략적 목표는 동일하지요. 일례로 최근에는 맥도널드가 아이돌 그룹 BTS의 이름을 빌려 출시한 콜라보 상품이 세계적인 주목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곰, 말, 양 등등 동네 모든 동물들이 맥주시장에 총출동 중입니다. (사진: BGF 리테일)


기발함보다는 전략적 사고

예나 지금이나, 결국 참신성, 의외성 혹은 유명세를 이용하는 콜라보의 목적은 이것들을 무기로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더더욱 특이한 콜라보가 등장하고 상상밖의 상표가 희한한 상품에 붙어있는 이유는 바로 더 신기하고 더 의외여야만 소비자를 자극하여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참신하다’라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필연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신기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듯, 아무리 신기한 것이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겠지요. 그런 까닭에 주목을 끄는 방식의 콜라보는 한정판 기획에 자주 사용됩니다. 습관적으로 타사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자극하여 자사 상품을 시험해보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사 메인 브랜드의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첨병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콜라보레이션의 목표는 참신함과 그에 따른 주목을 불러오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콜라보레이션은 자신의 회사나 브랜드가 갖고 있지 않은 사업적 요소를 다른 회사의 도움을 얻어 획득함으로써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성공의 지름길이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나이키나 아디다스 처럼 대중적인 운동화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들이 규칙적이고 장기적으로 유명 디자이너들이나 운동선수들과 협업하여 특별 에디션을 내놓는 이유는 대중 브랜드가 태생적으로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희소성의 부재와 프리미엄 상품 구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인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브랜드 이미지도 콜라보로 획득

눈에 보이는 상품만이 콜라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면 어디서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성공사례가 바로 메트라이프(Met Life)사와 스누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Peanuts)의 콜라보이지요. 1985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31년간 지속된 콜라보로, 한국에서도 최근까지는 메트라이프 생명에 스누피 캐릭터가 사용되는 것을 쉽게 보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1985년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생명보험 회사라는 것은 돈만 아는 차가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대단히 강했다고 합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을 비즈니스의 주력으로 삼고, 소비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길 원했던 메트라이프에게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는 큰 장애물이었지요. 이를 단기간에 손바닥 뒤집 듯 바꾸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메트라이프는 미국인 모두가 좋아하는 만화, 피너츠와의 콜라보를 통하여 자사 브랜드에 없는 친근한 이미지를 더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를 구성하는 양대 축에는 기능적 요소(Functional attribution)와 정서적 요소(Emotional attribution)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온전히 외부와의 콜라보에 의존하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엄청난 모험이었을지도 모르는 이 전략은, 하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사례가 되었습니다. 신의 한 수가 된 이 콜라보로 압도적인 호응을 얻은 메트라이프는 2006년 이 콜라보를 전세계로 확대했고, 2016년 사업구조조정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 상품 비중을 크게 줄일 때까지 이를 유지했습니다. 브랜드의 중심축이 되는 정서적 요소마저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전설적인 성공사례입니다.

이 로고만 놓고 보면 차갑고 돈만 아는 이미지의 브랜드였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은 영속을 전제로 비즈니스를 영위해 나갑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100년 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판매 몰이가 필요할 때도, 장기간 차분히 기초를 쌓아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터들은 그에 맞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퍼즐 조각을 끝없이 찾아내고 맞추어 가지요. 때론 간단히 원하는 퍼즐 조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꼭 필요한데도 얻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나 시간이 필요하거나, 애초에 찾기 불가능한 퍼즐 조각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주변을 한번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여러분이 가지고 있지 않은 퍼즐 조각을 다른 회사에서 빌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케터의 일이 나의 회사와 우리 업계를 잘 아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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