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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Oct 12. 2021

아디다스를 모를까봐 또 광고를 하나?

브랜드 리쥬비네이션(Brand Rejuvenation)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2020 올림픽은 안타깝게도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에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싶었던 선수들이 가장 큰 실망을 했을 것임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을 듯합니다. 조용하기 짝이 없는 경기장에서 연습 경기하듯 치르는 것이 평생을 별려온 올림픽이었다니 얼마나 속상한 일이었을까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처음일, 누군가에겐 마지막일 선수들만의 올림픽을 바라보며, 다른 한편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착잡한 마음을 숨기던 사람들이 있으니, 큰 돈을 들여 올림픽을 스폰서 하기로 결정했던 많은 회사들일 것입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시작되면 주인공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소식과 함께 언제나 어떤 스폰서가 얼마나 큰 계약을 맺었는지가 같이 회자되곤 합니다. 선수들이 빛나는 무대 위의 주인공이라면 스폰서 회사들은 그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숨은 조연들인 것이지요. 미국의 축제인 미식축구 슈퍼볼의 직간접적인 광고 액수는 실로 어마어마하기 그지없어, 미식축구와는 거리가 먼 한국에서도 슈퍼볼의 광고주가 누구인지 종종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스포츠 행사의 스폰서는 누구나 아는 브랜드, 유명한 회사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꼭 이러한 대규모 스포츠 행사뿐만이 아니라, 늘 보는 프로야구 등 프로 스포츠 리그도 마찬가지이지요. 사실 꼭 스포츠 관련 행사뿐만 아니라 TV나 잡지 등을 통해서도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신상품이 아닌 브랜드만을 광고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돈이 많아야 이런 큰 규모의 대회에 스폰서를 할 수 있고 광고를 할 수 있으니 유명한 회사들만 스폰서를 하는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차피 누구나 다 아는 회사들이고 브랜드인데 일부러 큰 돈을 들여 회사나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꽤 많은 돈을 들였는지는 몰라도 손흥민 때문에 처음 아디다스를 알게 된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브랜드

물론 단순히 사람들이 브랜드를 잊어버릴까 봐, 또는 경쟁사들이 더욱 많은 광고를 뿌려대니 지지 않기 위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는 사실 수명이 있다는 것이지요. 무생물인데다 그저 로고와 이미지가 전부인 브랜드에 수명이 있다니 마케터의 감성 묻은 허풍이 도를 넘은 듯해 보입니다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유명했던 브랜드는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아련한 추억 속의 브랜드를 떠올려보면 어느 순간엔가 ‘유행’이 지나고 사람들에게 잊히더니 신문 한구석에 ‘인기 브랜드 경영난을 못 이기고 부도’ 등의 기사가 나며 영원히 사라져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즉, 시간이 흐르고 유행이 바뀌어 사람들에게 잊히거나 혹은 주요 고객층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해당 브랜드를 찾지 않게 되면서 브랜드는 점차 수명을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90년대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이러한 절차를 밟았지요. 기성세대의 질서에 반항하고 자유로운 유행을 추구하던 당시 10대 후반~20대 초반, 일명 ‘X세대’를 주요 타겟층으로 한 많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그 당시 유행하던 통 큰 ‘힙합 바지’나 번쩍번쩍하는 ‘불량스러운’ 금속 장식 등을 패션의 아이콘으로 삼으며 급속히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행이 점차 사그라들고 ‘X세대’가 나이가 들며 힙합 바지 대신 정장을 입게 되자 수명을 다하고 사라져 버리게 된 것이지요. 결국 브랜드는 그 브랜드를 알고 사랑하는 소비자들이 나이가 들어가면 함께 나이가 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이가 드는 소비자들에게 맞는 상품을 새롭게 내놓거나 혹은 새롭게 타겟 고객층으로 진입하는 어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 것이지요.


브랜드를 회춘시켜라

하지만 이것이 늘 광고를 하는 이유의 전부라고 하면 왠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90년대 유행했던 패션 브랜드들이 꾸준히 광고를 했다고 한들, 그 시대부터 2000년대 생들이 대세인 지금까지 10대 청소년들이 꾸준히 힙합 바지를 입고 다닐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지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수십 년 동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이고, 코카콜라는 100년이 넘도록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료입니다. 대체 이 브랜드들과 90년대 패션 브랜드는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요? 


브랜드는 사람처럼 나이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사람과 달리 무생물이기 때문에 회춘(?), 즉 리쥬비네이션(Rejuvenation)을 시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과 함께 늙어가지 않고 영원히 젊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접근법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브랜드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약속하는 무형의 가치 (Brand Promise)이지요. 이 무형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면 기능적인 혜택 (Functional Benefits)과 감성적인 혜택 (Emotional Benefits)을 적절하게 조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혜택들을 구성하는 요소(Attributions)들이 이러한 혜택이 실현될 수 있도록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아디다스를 생각해보면, '최고의 스포츠 퍼포먼스를 위한 옷과 신발'이 브랜드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옷이나 신발이 가져다주는 통기성이나 쿠션은 기능적인 혜택이고, 그것을 입거나 신었을 때 정말 프로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성적인 혜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혜택을 실현하기 위해 사용된 특수한 소재나 기술이 바로 기능적인 요소이고, 손흥민이 같은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경기에 뛰는 것을 보여주어 브랜드의 신뢰감을 높히는 것이 바로 감성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브랜드는 불변’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기능적, 감성적인 혜택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늘 조금씩 변한다는 것입니다. 70년대에는 물에 안 젖는 축구공이 ‘최고의 퍼포먼스’라는 아디다스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적인 혜택이었다면, 지금은 최대한 구에 가까운 공, 혹은 정확한 힘이나 스핀을 반영하는 소재가 더욱 중요한 기능적인 혜택이 되었지요. 감성적인 혜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90년대 패션 브랜드들이 ‘자유’ 혹은 ‘해방감’이라는 감성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사회 반항적인 디자인을 감성적 요소로 사용했다면, 요즘에는 같은 감성적 혜택을 주기 위해 ‘욜로’나 ‘소확행’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따르는 디자인을 반영하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구성하는 혜택들과 그를 떠받치는 요소들은 시간에 따라 늘 변하고 브랜드들은 이를 흡수하며 브랜드를 계속 젊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한 번도 변한 적 없을 듯 한 애플의 로고도 생각보다 자주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두가 다 아는 브랜드들이 꾸준하게 광고를 하며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새로운 혜택과 요소들을 브랜드에 접목시키고 그것을 널리 알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변하는 로고들이나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브랜드 스토리는 모두 이러한 브랜드 리쥬비네이션의 일환인 것이지요. 너무 자주, 혹은 너무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면 식상한 브랜드가 되어버리고, 너무 가끔 혹은 너무 다른 메시지를 만들면 브랜드의 일관성이 없어집니다. 다 키워둔 브랜드도 이렇게나 속을 썩이다니, 큰 회사의 마케팅 팀도 작은 회사나 스타트업과 비교해 크게 나아 보일 것도 없는 현실이지요. 오늘도 아디다스의 마케팅 팀은 2022년 월드컵을 통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하며 밤을 새우고 있을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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