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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n Chang Jun 11. 2021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싶은 김필립 씨의 경우

첫째 날: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비즈니스의 목적은 고객을 창출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행하는 조직이란 단 두 가지의 기본적인 기능만이 필요하다 – 마케팅, 그리고 혁신(Innovation). 나머지는 모두 비용일 뿐이다. (피터 드러커, 1954) 


Ep.1: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싶은 김필립 씨의 경우


창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도 벌써 3개월째, 대학 4학년생인 김필립은 답답한 마음으로 오늘 저녁에도 동네 작은 바에 들어섰다. 요 몇 달간, 처음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누구나 그렇듯 무언가 열심히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런저런 고민만 안고 최근 들어 혼술을 자주 하게 되는 바람에 어느샌가 바의 단골이 되어버렸고, 그 덕분에 사장인 초로의 바텐더와도 친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여어, 오늘도 혼자인가? 좀 이르구만.”

“아니요, 오늘은 아는 누나를 여기서 보기로 했어요.” 

“요새 남자가 연하인 커플이 대세라던데 그런 건가?”

“그거 한물 간지 오래됐어요. 그 누나 잘 나가는 마케터라서 이것저것 좀 물어보려고...”

“마케터? 호오, 오늘은 꽤 재밌는 밤이 될지도 모르겠구만? 늘 마시던 걸로?”


눈앞에 놓인 하이네켄 병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김필립은 오늘 선배에게 물어볼 내용을 가만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난 3개월 동안 눈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 고민 끝에 자기 나름대로 사업에 대한 방향성은 잡아놓은 상태였다.


많은 자본이 없다: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

특별한 기술이 없다: 제조나 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

비즈니스 센스가 있고 논리적이다:  데이터 분석이나 계산이 중요한 사업


정리해서 종이에 써놓고 나니 정말 보잘것없어 보였다. 하지만 저런 기준을 생각해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고, 또 저 기준에 맞추어 하고 싶은 사업과 할 수 있는 사업을 알아보고 걸러내기까지도 지난한 노력이 필요했다. 결국 제2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던 처음 창업 결심과는 딴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중에 그나마 나아 보였던 것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뭔가를 팔아보자’였다. 아직 무엇을 팔지 정하지도 못했지만, 이런저런 커뮤니티나 블로그, 관련 서적을 열심히 뒤져 얻은 결론은 ‘인터넷 쇼핑몰은 마케팅이 핵심’이라는 것이었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자기 쇼핑몰을 알릴 수 있느냐가 모두가 이야기하는 성공 포인트였다. 그래서 요 며칠간은 마케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보기 위해 바이럴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같이 이름도 생소한 여러 가지 마케팅 용어를 배워가며 사이트와 책을 열심히 뒤져보았다. 그러나 결국 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예전에 알고 지내던 선배에게 연락을 한 것이 오늘의 자리였던 것이다.


“오래 기다렸어? 일찍 왔네?”

“어, 아니야. 아라 누나 오랜만이네.”


장아라는 마케팅을 전공하고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입사해 마케팅 매니저로 초고속 승진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수재였다.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 번이나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신상품 발매를 주도한 경험도 있었다. 이런 초짜가 뭔가를 물어보기에는 너무 고단수라는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김필립이 조언을 구할 만한 다른 마케팅 전문가도 없었다. 그나마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장아라가 편하게 상담하기에는 딱 좋은 선배였던 것이다.


“하하하, 그래서 마케팅을 배워보고 싶다고?”

“응, 솔직히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누나가 아무래도 전문가잖아.”

“전문가는 무슨.”


약간의 농담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메뉴를 보면서 맘에 드는 칵테일을 주문하고 난 후, 잠시 침묵이 지나가자 장아라가 물었다.


“좋아, 하나만 물어볼게. 너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해?”

“어…? 글쎄…? 광고? 홍보?”

“그래? 그럼 마케팅으로 유명한 회사, 음... 그래. 스타벅스는 광고를 잘해서 그렇게 성공한 걸까?”

“어. 어...? 아닌가...?”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를 바라보고 있던 장아라의 눈에 웃음기가 어렸다. 


“스타벅스는 창사 이래 한 번도 광고를 한 적이 없단다.”

“뭐라고...?”

“물론 자기네 웹사이트 등에 광고는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돈을 지불하고 하는 광고, 네가 방금 말한 바이럴 마케팅이나 디지털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 같은 것도 한 적이 없지. 인스타그램에서 스벅 광고 본 적 있어?”


김필립은 약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러고 보니 스타벅스 광고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메뉴는 언제나 단톡방의 친구들이 찍어 올리는 사진으로만 봤던 기억이 났다.


“어… 그건 이제 유명해져서 안 하는거 아니야?”

“유명하다고 해서 안 하는 건 아니라고. 나이키 광고는 봤을걸? 그리고 안 유명할 때도 안 했어.”

“아 또 그렇네. 안 유명할 때는 그런게 없어서 못한 거 아니야?”

“하하하, 물론 그때 인스타가 없었던 건 맞지만 광고를 할 수 있는 매체는 다 있었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야.”

“본질?”

“광고라는 본질. 많은 사람에게 알린다는 것 말이야.”


본질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분위기를 진지하게 돌려놓았다. 이제 마지막 데코레이션만 남겨둔 칵테일을 바라보는 장아라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아무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해?”

“어… 글쎄…?”


김필립이 우물쭈물하고 있는 틈(?)을 타 바텐더가 완성된 칵테일을 바 탑에 내려놓았다.


“주문하신 러스티 네일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마디 거들어도 될까요?”

“네...?” 


약간 당황한 두 사람의 어정쩡한 반응을 뚫고, 단호하고 굵은 목소리가 바를 채웠다.


“마케팅이란 가치를 창출하여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고 그것을 유지해 나가는 일련의 비즈니스 활동이다.” 




마케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마케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회사에 따라 또는 사업의 종류에 따라 마케팅 부서나 마케팅 담당자의 업무 편차도 상당히 큰 편입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상품기획부터 고투마켓(Go-To-Market: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일련의 준비) 전략까지 마케팅 팀이 주도하는가 하면, 마케팅 부서가 단순히 광고 에이전시를 관리하는 부서인 곳도 있습니다. 또한 B2B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 중에는 마케팅 부서가 없는 곳도 있지요.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매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매체 광고를 대행하는 광고 대행사들이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아 마케팅 = 광고라는 인식이 더욱 높아지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정의가 있고 편차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마케팅을 정의하면서 결코 뺄 수 없는 두 가지의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가치(Value)’와 ‘소비자(Customer)’일 것입니다. 마케터란 결국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하여 가치를 창출해 내고, 그것을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꾼입니다. 김필립 씨의 경우 아직 자신의 상품조차 없는 신출내기 사업가입니다. 장아라 씨의 경우에는 이미 완성된 형태의 비즈니스에서 상품, 서비스, 혹은 브랜드 등을 새롭게 개발, 개선, 보완하는 마케팅 팀입니다. 비즈니스의 규모나 업체의 숙련도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마케팅 담당자로서는 어느 쪽이나 가치를 창출해내고 소비자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마케팅은 사실 시장(Market)이 있는 곳이라면 그것이 크건 작건 어디든 존재하는 활동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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