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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Aug 14. 2024

학년 희망서, 자식의 학년에 맞춰 쓸까?

교사맘의 욕심

  2월초가 되면 교사들의 가장 중요한 화제거리와 관심 주제는 다음학년도 학년희망 및 배정일 것이다. 먼저 자신의 앞날이 가장 궁금하겠지만 타인의 향후 행로도 이야기 거리에서 제외는 아니다. 누군가 쉬운 학년에 쉬운 업무를 배정받았다? 그 사람은 화제의 인물이다. 나도 이제껏 일복이 적어 누군가에게는 이야기의 대상이 될 정도로 무난한 학년, 업무를 최근 몇 년간 받아왔다.


  최근 조그마한 욕심이 생겼다. 교사와 부모라는 끈을 연결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 보고 싶은 것이다. ‘만약 내 자식들의 학년에 맞춰서 학년 희망서를 쓴다면?’ 학교에서 네다섯시간 동안 보고 가르친 것은 그때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가르치지만 휘발성으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이 가르친 경험을 어디에 써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머릿속에 입력된 지식, 그것을 지도하는데 겪었던 경험들,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노하우 등을 어디서 재탕해야 하나, 나는 EBS 인기 강사도 아닌데. 아, 이 경험을 자식들에게 전파하면 어떨까? 자식들이 툭 한번 쳐주기만 한다면 술술술 나올 것 같다.  비슷한 인지적 수준의 아이들이니 어려움을 겪는 부분도 비슷할 것이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라는 말도 있듯이, 기왕이면 한 번 가르칠 거 두 번 가르치면 일거양득, 일타쌍피 아닌가? 학교와 집에서의 지도가 서로 맞물려 가며 서로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생각이 솟아올랐다.


  나의 이런 생각을 교사맘이 아닌 워킹맘에게 했었다. 이렇게 해 볼 생각이라고. 그 엄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 사적인 욕심을 학교에 투영시키는 것 아니예요?’ 라며 질투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

"네 맞아요. 사적인 욕심, 부러우면 교사 하시던가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재수없어 보일까봐 참았다.




  3학년 담임을 최근 두 번하다보니 본격적인 ‘공부’의 길로 들어서는 3학년을 잘 맞이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난무하는 사회 교과서 속 한자어를 보며 멍하니 있는 우리반 아이들, 곱하기에서 한차원 나아간 곱셈에서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고 있는 학생들. 문단의 개념과 그 개념에 맞게 글을 쓰라는 성취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그들. 어느 학년이 중요하지 않으랴만은, 3학년은 공부에 대한 첫 인식을 도전적으로 심어주냐, 어렵다고 심어주냐라는 기로에 서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3학년을 가르치고 집에서는 3학년 언저리에 있는 2학년을 키우다 보니 집에서와 학교에서의 활동이 서로 연관되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 집구석 아이들에게  ‘학교에 간 개돌이’ 단편집에 수록된 ‘책벌레’라는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국어사전에 사는 책벌레를 소재로 하고 있어 3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국어사전 단원에서 도입 및 흥미유발로 들려주면 딱 좋을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단의 개념을 배우는 3학년때 우리아이들에게 어떻게 읽기 교육과 쓰기 교육을 시켜야 할지 로드맵에 그려진다.  수학에 수록된 시간이나 길이를 재는 측정 부분에서 반 아이들이 취약한 것을 보며 내년에 이 부분도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에서는 집에서 내가 아이들을 붙잡고 씨름하며 같이 봤던 한자어를 칠판에 크게 써놓고 설명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교과에 수록된 한자어를 다루는 문제집을 내년 1월 겨울방학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풀릴 생각이다.


  학교, 가정 양 공간에서 서로의 아이들을 자극제로 삼으며 학교에서는 ‘선생님 아이들은 말이야...’ 라고, 가정에서는 ‘학교에서 엄마가 가르치는 친구는 ...’이라고 말해줄 수도 있다. 실제로 아이들은 선생님의 자녀, 선생님의 제자에 대해 서로 관심이 높고 심지어 자신과 이름이 같기라도 하면 그 친구 잘하는지 궁금해한다.

 

  엄마가 고등학교 3학년까지 같이 공부해주지는 못하더라도 초등학생 시절 만큼은 엄마가 케어해 줄게 아들들아. 너희의 발돋음이 엄마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격려와 자극이 되어 서로 윈윈하고, 엄마도 엄마와 교사로서 윈윈하고자 하는데, 너희들은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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