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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두 Aug 12. 2024

브런치에서 아이쇼핑하는 여자

  틈만 나면 인터넷 쇼핑몰 앱을 뒤적거리는 것은 오래된 나의 일상이었다. 주제는 옷. 10대 때 엄마에게 옷 사달라고 하면 “네가 커서 돈 벌어서 그 때 사.”라는 말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듯 나는 돈을 벌면서부터 옷에 그렇게 집착했고, 옷을 구경하고 고르는 시간, 그것을 사는 돈,사이트를 돌아다니고 필요하다면 발품도 불사하는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나는 지금쯤 패셔니스타가 되어 있어야 인지상정이다. 안타깝게도 그러지 않은 상황이다. 옷 잘 입는다는 소리는 가뭄에 콩 나듯 들어봤고, 심지어 남편은 내 패션을 두고 ‘난해하다’고 할 때도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단순히 패션에 관심이 있고, 옷을 잘 입고 싶은 욕구가 강한 줄 알았다. 


  한편으로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의 강박사고와도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강박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시각적인 것에 집중했다. 패션은 시각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이다. 자연스럽게 패션 쇼핑몰 앱을 들락날락 거렸다.  앱이 등장하기 전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 다니는게 습관이었다.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단순히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었을 것이다. 모델이 이 옷 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강박적 사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던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내가 안타깝고 짠하다.      


  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를 만났고, 글이란 것을 써보게 되었다. 졸업한 이래로 글을 읽는 것, 쓰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남의 일로만 생각했었다. 운좋게 다음 페이지 메인에도 떠 보고, 주변 지인들을 비롯한 모르는 분들에게도 라이킷과 댓글을 받으며 응원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모르는 사람과 댓글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글로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사람들이 이해하는 경험은 소중했다. 


  무엇보다 머리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강박증에 대한 글을 쓰면서는 머릿속에만 있던 나만의 사적인 경험을 말과 글로 구체화하면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한 공포심이 줄어들었다.


  아빠가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글로 기록해 놓으면서 아빠에 대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 번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갔던 말레이시아 여행에서 조그마한 차로 3시간 넘게 1차선 도로를 달렸던 추억을 글로 쓰면서 모닝만한 차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박지 말아달라는 웃음기 섞인 제목을 떠올렸다.   

  

 언뜻 생각하면 영상이나 이미지는 글보다 더 명확한 듯 싶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관념이나 형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은 더 직관적이고, 쉽게 시각과 청각이라는 두 개의 매체를 사용하기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인지 처리과정이 나타날 것 같은 예상이 든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생각을 멈추게 한다.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남는 것은 잔상이다. 반면 글은 읽으며 나의 경험과 비교하게 되고, 생각하는 기회를 주고, 글을 쓰는 것은 한차원 더 나아가 나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하게 한다. 마치 이미지와 영상만큼 명확해진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 글을 맛깔나게 쓰는 것. 문장이 술술 읽히고 영상과 이미지만큼 머릿속에 잘 그려지게 쓰는 것. 


 틈나면 쇼핑몰 앱을 들락거리던 여자는 이제 브런치에서 아이쇼핑을 한다. 어떤 기가 막히게 탐나는 문장들이 있는지, 비슷한 경험이라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풀어쓰는지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일과 육아의 지침과 고단함을 달래줄 무언가를 글 읽기와 글쓰기에서 찾은 것이다. 몰두할수록 정신적인 안정감과 만족감, 뿌듯함을 주는 이 취미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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