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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찬 Aug 08. 2021

가지 카츠 산도

여름밤의추억의 맛

7시, 12시, 6시

아침, 점심, 저녁 우리는 보통 이렇게 세 개의 끼니를 챙겨 먹는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더욱 규칙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의 시대는 세 끼니를 모두 단디 챙겨 먹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셰이크나 빵, 우유, 커피 등으로 생략하고 바쁘게 굴러가는 세상에 다시 몸을 던지는 상황의 세상) 요리사로 일하면서 더욱 비틀어진 생활패턴을 유지하게 된 까닭에, 저녁시간이 한참 지난 8시 이후에 손님의 발걸음이 조금씩 끊기며 정신없이 쳐내던 주문들이 비워져 가고 한 숨 돌리고 나면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여름밤의 냄새들

한낮의 찝찝했던 습기들을 여전히 머금고 있는 여름밤의 냄새들은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콧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삼겹살집의 삼겹살들의 지방이 연탄이나 숯에 그을려서 올라오는 꼬순네, 그리고 프라이드치킨의 구수함, 공기들을 뚫고 잠입한 연초들의 향연까지 섞이면 당장이라도 어디에 걸터앉아 맥주를 들이켜고 싶은 마음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4단계의 방역지침을 따라야 하는 지금은 3단계와 똑같이 10시의 영업제한이 걸려있고, 때문에 함께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도 의기투합할 시간조차 없게 되어 버렸고 여름밤의 냄새들은 그렇게 먹지 못하는 전시용 음식들처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2달에 배운 20년 치 경험

21살에 친구덗에 기회가 생겨 상하이에서 인턴생활을 함께 했었었다. 중국어는 무슨, 한자도 못 읽는 판국이었던 우리는 자연스레 살아남으려 언어들을 습득하기 시작했고 그때의 상하이의 낮 기온은 43도 안팏을 오갔었다. 하필이면 우리가 튀김 섹션을 맞게 되면서(중식의 기초는 튀김이라고 하던데) 뜨거운 기름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우리 섹션 자리의 에어컨이 고장 났었다. 땀이 많은 나는 키친타월을 짜면 땀이 떨어질 정도로 30분마다 닦아냈고, 찬물로 연거푸 세수도 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짠내로 뒤덮인 주방에서 나오면 한낮 습기를 머금은 공기들이 우리를 공격했다, 그땐 한참을 피워대던 연초들의 추억도 아마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퇴근길을 걸어가며, 현지인들 흉내를 낸다며 웃통을 까고 귀가하곤 했고 항상 현관문에 들어가기 전에는 누가 먼저 샤워를 할지 가위바위보를 했었다. 아, 그전에 맥주는 꼭 많이 샀다.

지는 사람은 이긴 사람이 샤워를 할 동안 시청할 쇼미 더 머니와 마실 맥주들을 거실 한복판에 세팅해야 했고, 이것이 밤의 시작이었다. 같이 생활하던 상사님이 늦게 퇴근하셔서 마라롱샤와 마라탕, 마라샹궈 (한 번도 먹어보지도 보지도 못한 민물가재들이 빨갛게 익어 빨간 소스들을 입고 빨간 기름들이 함께 들어있는 그 모습을 처음 보고는 경악스러웠었다)를 포장해 오시면 그날은 다음날 생각도 안 하고 열심히 맥주와 고량주를 섞어마셨었다. (로건 씨는 이후 퇴사를 하고 어디에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감사한 추억들과 명언들을 선사해주신 분이다. 땡큐) 이때 처음 마라의 맛을 알게 되었고, 이후 한국에 돌아와 매섭게 자극적인 그 맛에 그리움을 해소하러 봉자 마라탕까지 찾아갔더랬다. 


야식

가지 카츠 산도


내가 느꼈던 여름밤 냄새와, 중국 상하이에서의 추억은 튀김과 마라의 투성이었고, 오늘은 그 기억들이 음식으로 함께해줬다. 

가지 카츠 산도와 마라 오리엔탈 소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고수

판매하기에 사이즈가 작아서 모아뒀던 돼지 등심과 달걀흰자, 가지를 사용했다. 

요리사에게 야식은, 자투리 그러니까 '빠시'를 활용한 음식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이점은 항상 내가 요리를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음식과 음식물 쓰레기는 한끝 차이고 그 차이를 바꾸는 것은 사랑과 정성이라는 것. 



가지 카츠 산도와 마라 오리엔탈 소스

오늘은 자기전에 맥주한잔 꼭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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