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족여행!!
여행은 설렌다.
아이들이 어릴 땐 그 설렘을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부터는 가족여행이 즐거워졌다.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은 기쁨이 두 배다.
아이들과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계획을 짜는 그 과정마저도 설렌다.
특히 가족여행이 좋은 이유는
집을 떠나 낯선 환경을 함께 경험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상황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다 보면
서로를 더 의지하게 되고, 믿음도 깊어진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유연하고 기발하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지만
곧 적응하고, 놀랄 만큼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걱정부터 하는 부모와 달리
“엄마, 오히려 좋네! 러키비키!”를 외치는 아이들 덕분에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난다.
작년 여름, 가족여행으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첫째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베트남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숙소에서 만난 도마뱀을 2박 3일 내내 관찰하던 아이는
최근 유튜브에서 ‘개코도마뱀’ 영상을 보고는
“이번 생일 선물은 개코로 할래!”라고 선언했다.
여행 마지막 날,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며 울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 모습을 본 호텔 직원은 베트남어로 “또 놀러 와요”라고 말했다.
아이는 훌쩍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그 여행 이후, 우리는 방학마다 일 년에 1~2번은 꼭 여행을 가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학교와 직장 스케줄을 맞추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기다려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여름방학 여행지는 제주도다.
아이들에게 호텔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의 첫 번째는 ‘수영장’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첫 제주도 여행의 숙소는
공항 근처 수영장이 있는 저렴한 호텔로 선택했다.
다른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 호텔 비용은 줄이고, 이동이 있는 날짜만 쏘카를 이용할 생각으로 쏘카스테이션 근처 호텔을 예약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와서 극성수기 렌트비와 쏘카 비용을 검색했더니 너무 비싸서 계획을 변경하고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다.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제주도 여행팁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초행길 운전과 주차의 번거로움 없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던 선택에 만족했다.
이번 여행에서 엄마가 가고 싶다고 한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아이들이 직접 일정에 넣어주었다.
엄마의 작은 소원을 기억해 주는 아이들이 참 고마웠다.
그리고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제주 워터월드’에도 갔다.
제주 워터월드
물놀이도 하고, 신기한 볼거리도 많았다.
워터월드를 고른 첫째에게 박수를 보내며 모두 만족했다.
둘째 아이가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워터월드가 제일 좋았다며 마지막날까지 신나서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날 저녁에는 택시 기사님의 추천으로
이호테우해변의 일몰 구경을 갔다.
기사님 덕분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일몰사진 맛집 인정!!!!!
남편은 아이들에게 “여행이 최고의 공부”라고 말하곤 한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삶의 지혜는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물론 가족 네 명이 함께 움직이려면
스케줄을 조율하고, 여행 준비와 복귀 후의 일상 회복까지 번거로운 일들이 많다.
외벌이 가정에서 여행 경비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의 가치는 충분하다.
여행은 삶의 시야를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새로운 곳을 보고 배우는 설렘도 있지만
함께 준비하고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함께’의 의미를 배우고,
함께 맞춰가는 법을 익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가족여행은 의미 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가족”은 나에게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존재”라는 것.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로움에 약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이라는 기능을 가진 여성은
어쩌면 외로움에 조금 더 민감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외롭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품고 싶고, 누군가를 돌보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런 본능이 모성을 더욱 강화하는 작용을 하지 않을까.
나의 좁은 경험 속에서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모든 여성이 남성보다 더 외롭다는 건 아니다.
그럴 가능성이 유전적으로 있을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을 뿐이다.
적어도 나는, 외로움에 약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감싸 안아준 것이 바로
“내 아이들” 그리고 “가족”이다.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오히려 이제는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을 갈망하게 됐다.
외로움이 싫어서 결혼을 선택했는데,
다시 외로움을 그리워하는,
참 아이러니한 마음이다.
몇 년 전, 미혼인 친구를 만났던 날이 떠오른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낮잠에서 깬 둘째가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어린이집에 적응 중인 아이에게 낮잠 시간은 큰 두려움일 수 있다.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정신없이 전철에 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친구가 “아쉽다…”고 말했다.
나는 “다음에 또 보자!”며 급히 인사하고 돌아섰다.
사실 내가 더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난 자유시간을 더 갖지 못함이 아쉬웠고.
그 친구는 계획에 없었던 혼자의 시간이 외롭고 아쉬웠을 거 같다.
인간의 마음이란 참 복잡하다.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은 쉽게 잊고,
가지지 못한 것을 그리워한다.
나 역시 늘 그렇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인간의 약한 마음이니까.
그날 친구와 헤어졌던 기억이 떠오르며
문득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아이들이 어릴 땐,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굴레처럼 느껴졌다.
매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완벽하지 못한 채 쌓여만 가는 스트레스에 지쳤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렇게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어도 괜찮았을 일들에
너무 집착했던 것이다.
‘엄마로서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서툰 엄마 밑에서
아이들은 너무도 잘 자라주었다.
제주 바닷가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감사한 마음에 울컥해졌다.
여행은 참 이상하다.
사람을 멈추게 하고, 생각을 깊게 만든다.
아이들과 남편은 바닷가에서 까르르 웃고,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 글을 쓴다.
여행을 오니 새삼 깨닫는다.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설레는 일인지.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바로 출판을 하거나, 작가가 되거나,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자들도 많지만,
나는 그런 목적보다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브런치는 내게 글쓰기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당당한 이유’를 만들어주었다.
이전에는 글을 쓰고 싶으면서도
그 시간을 내는 것이 괜히 미안하고 망설여졌는데,
이제는 다르다.
‘연재’라는 이름 덕분에,
‘목표’라는 형태 덕분에
나에게 글을 쓰는 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인정하는 계기를 주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준 브런치에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