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재테크'의 상관관계
문학소녀로 돌아간 아줌마
대학생 시절, 캠퍼스 곳곳에는 책을 끼고 다니던 문학소녀들이 있었다.
나는 그런 소녀가 되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학자금 대출이 두려워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일을 시작했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며 겨우 학업을 이어갔다.
3년의 휴학을 거쳐 어렵게 졸업한 나는.
문학에 빠져 있는 또래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뭐야, 저런 한량 같은 취미.”
그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질투를 감췄다.
그런 내가 지금.
그토록 부러워했던 ‘한량 같은 취미’를 즐기고 있다.
마치 내게 딱 맞는 옷을 찾은 듯,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최근 나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교육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그 모습을 본 친구가 물었다.
“그래서 너, 진짜 하고 싶은 게 유치원 원장이야?”
“그것도 좋지. 할 수만 있다면.”
“그럼, 진짜 하고 싶은 건 뭔데?”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글 쓰고 싶어.”
친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함께 앉아있던 전철에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 어이없는 일이 진짜 내가 원하는 거다.
글을 쓰고 싶은데 '재취업'이라는 명목으로 '본업'을 찾고 있는 내 모습.
남들이 보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본업’이라는 기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두려웠던 거 같다.
글쓰기는 돈이 되지 않는다.
나는 글로 돈을 벌 만큼 재능이 없다.
그런 두려움.
그렇다고 글쓰기를 위해 본업을 찾는 지금의 과정이 즐겁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만 올인했던 시간보다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서 좋다.
아마도 내가 글쓰기에 어지간히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언젠가 지금 찾고 있는 본업이 자리를 잡으면.
그 과정 또한 브런치에 글로 남기고 싶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위로나 용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다들 나랑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본업 또한 글쓰기의 재료로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이.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짠하다.
가난한 20~30대를 지나오며
글쓰기라는 '사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때는 나에게 글쓰기가 사치였다.
나는 늘 재미보다 생계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다.
즐거움보다 돈벌이에 급급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한 일(직업)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 속에서 가끔,
“이깟 돈 몇 푼 벌자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며 다시 참고 일을 한다.
그렇게 삶의 목적이 어쩔 수 없이 ‘돈’이던 시절.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글쓰기를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할까?”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글쓰기가 곧바로 돈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20대 시절,
젊은 친구들이 감히 작가를 꿈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용기를 내지 못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만약 내게 돈 잘 버는 아버지가 있었다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그랬다면 조금 더 일찍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해 보니.
돈 걱정 안 하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경제적 자유'가 필요했다.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자유인지를 이제야 실감한다.
'글쓰기'라는 한량 짓을 가능하게 한 건.
나에게는 결국 '재테크'였다.
글을 쓰면서 재테크로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는 여유가.
늦은 나이에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20대 때보다 두려움 없이할 수 있게 해주는 거 같다.
비록 지금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이룬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재테크 계획을 세우며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남편이 직장에 다니고. 나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통한 재테크로.
가계가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이 시점.
나는 몇 년 전부터 조금씩 ‘한량 짓’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뒤돌아보면.
학비를 벌고, 생활비를 벌고, 결혼자금을 벌고.
돈을 벌며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문학의 순수함은 낯설고 멀기만 했던 거 같다.
하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
글쓰기를 통해.
나의 20대 꿈인 '문학소녀'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짜 '나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 ‘한량 같은 취미’를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
진심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