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에이 Nov 22. 2021

모두가 스스로 잠드는 우리집


요즘 우리집엔 새로운 시대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설레는 새시대는  연년생 두딸의 완전한

 잠자리 독립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들어가서

엄마아빠 도움없이 스스로 잠들기' 도전이  한창이다.

승률이 꽤 좋다.

엄마아빠의 재촉에 못이겨 침실로 향한다는 점과

한밤 중에 반드시 한번은 깨서 엄마아빠침대로 파고든다는 점은 아직 너그럽게 봐준다치고,

스스로 눈을 감고 누워 잠을 청한다는 점에

포커스를 둔다면 칭찬할만한 성적이다.


눈을 감고 10분 동안 자려고 노력했는데도

잠이 안오면 그땐 엄마가 자기 옆에 와서 누워야 한다고

몇번이나 다짐을 받아낸 후에야

자리에 누운  막내가 어느샌가 조용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기특하다못해 감개가 무량하다.


큰애가 세상에 나온 2014년 3월 이후,

어언 8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나는 혼자서 잠들 수 없는  

애처로운 생명 하나, (둘째 탄생이후부터는)

둘을 재우기위해

매일 밤 나의 시간과 체력을 써야했다.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몇번의 전기를 맞으며

들이는 품의 양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누구나 그러하듯

몇번의 고비...랄까

기억에 남는 어느 밤들을 지나왔다.


개월수에 차이가 있는 편이라곤 해도

 연년생으로 태어난 둘째가 아직 젖먹이 아기이던 시절,

안아서 겨우 재운 동생이 조용해진

잠깐의 틈을 이용해 첫째를 재워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갓난아이의 잠이란 도무지 예측이 어려워

깊게 잠든 얼굴을 확인하고 자리에 눕혀도

얼마지나지않아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

첫째라도 무던히 때되면 재깍재깍 잠에

빠져주면 좋으련만 어디 아이들이 그런가

설핏 잠에 들었다가도

동생의 기척에 이내 잠을 깨고는

엄마가 옆에 눕기전까진 다시 잠들지 않았다.


잠이 든 둘째를 겨우겨우 아기 침대에 눕히고

첫째의 옆에 조심히 몸을 뉘이면서

첫째가 잠이 들기 전에

혹 둘째가 잠에서 깰까봐 늘 조마조마했다.

오늘도 무사히  이 밤이 지나길 기도하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되나, 긴 한숨을 속으로

삼키기도 여러번 했다.


처음으로 두 아이와 나란히 누워

한꺼번에 재우기에 성공했을 때도

기쁨에 겨워 '이제 됐다' 싶었는데

지금은 무려 엄마없이 저희들끼리

꿈나라로 떠나주니 감개가 무량하고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둘째가 밤을 유독 무서워하는 면은 나와 닮았다.

엄마아빠와 떨어져 자기 시작했을 무렵의

공포와 막막함이 나는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가 올때까지 줄기차게 울어대는 통에

엄마를 질리게 만드는 아이였다.

교복을 입을 무렵까지도 혼자 자는 것이

가끔 못견디게 무서워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는데, 그때느낀 안도감 때문인지

 아직도 라디오를 참 좋아한다.


답답하다는 언니의 옆에 한사코 붙어서 자느라

툭탁댈때면 빨리 자라고 한마디 하고 싶지만

(실제로 많이 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나 어릴때에 비하면 양반이지 싶다.


모두 지나고나면 눈 한번 깜박인 것처럼 느껴질

한 시기가 이렇게 또 지나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을 여행처럼'사는게 정말 가능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