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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이 Nov 28. 2021

못가니까 더 생각나서 쓰는 여행의 순간

[도쿄-우에노공원]


우에노 공원은 벚꽃놀이 명소로 유명하지만

때는 바람이 아직 찬 이른 봄이었다


3박4일간의 나홀로 도쿄여행에서

마지막 일정으로 우에노 공원을 넣은 건

우선 아사쿠사와 가까워

일정짜기에 편했고

가까이에  커다란 역이 있어

하네다 공원까지 연결된 공항 철도를

바로 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던

스물두살의 나는

모든 여행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안도감과

나 자신에 대한 대견함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내 첫 도쿄 여행에서 기억나는

가장 또렷한 여행의 장면은

바로 이 날 오전이지만,

 사실 아무것도 특별한 걸 하진 않았다


그저 음악을 들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걷고 또 걷다가

가끔 사진을 찍었다


그 날 찍은 사진들은

 용도도 모르는 공원 안 건물,

간식으로 사먹은 타코야끼,

근처 박물관 입구 등등의

우리나라의 여느 공원을 가도

크게 다를 바 없을 듯한 풍경들이 전부다


그렇지만

선명하게 행복했던 그날의 시간은

일상의 지루함을 견뎌가며

 틈틈이 여행을 꿈꾸는

내 오랜 취미의 기원같은 기억이 되었다


그 날은

그랬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이어폰을 통해 내 귓속에서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채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진부하다고해도 어쩔 수 없는 표현이지만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아름답고 특별한 곳으로 보였다

특별하게 '보인'건지

니면 원래부터 세상은 그렇게 특별히 아름다운 곳인데

그때에만 그걸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


취직이 결정되고 한번 더 도쿄를 찾았을 때에도,

몇해 전 출장으로 도쿄를 방문했을 때에도,

시간을 내서 우에노 공원에 갔다


생전 처음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본 것마냥

상기된 표정으로

부지런히 공원 이곳저곳을 총총 돌아다니던

앳된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우에노 공원


그날 그 시간처럼 지금을 살 수는 없을까

그게 바로

염원해 마지않는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감각일텐데


그러나 나의 염원은 번번히 이뤄지지 못한다

아쉽게도


그러나 가끔

라디오에서 그날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이마에 선선한 바람이 와닿을 즈음의 계절이면

하고 떠올린다

그리고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살다가 문득

하고 떠올릴 수 있는 내 인생의 장면 하나 가진 걸로


여행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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