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의 내가 한 다짐
나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이라는 질문 참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정의할 수 있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게으른 성실한 사람"
천성적으로는 게으른 듯합니다. 잠자는 게 제일 좋고 움직이는 게 정말 싫습니다. 집안일 중에는 자꾸 움직여야 하니까 청소가 제일 하기 싫고 가만히 서서 해도 되니까 설거지가 개중에 낫습니다. 그렇다고 설거지가 좋다는 건 아닙니다 집안일은 하나 같이 다 싫습니다.
이렇게 게으르지만 성실한 것도 맞습니다.
성실성 하나로 꾸준히 학교 잘 다녔고, 학생은 공부해야 하는 거니까 별다른 생각 없이 공부했고, 주어진 일은 꾸준히 하는 편이기에 20여 년 동안 회사생활 하고 있고요. 딱히 번뜩이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자르지 않고 계속 승진도 시켜주는 걸 보면 그렇다고 그렇게 일을 못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세상에서 움직이는 게 제일 싫은 사람이라 바지런하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야 하는 건 안 하지도 않는 게으른 성실한 사람. 그렇기에 그냥저냥 현재에 만족하면서는 얼마간은 지금처럼 평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내가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20살에 세웠던 나의 인생계획에 이렇게 오래도록 회사를 다니는 것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회사생활을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타이틀을 빼고 나면 나에게는 뭐가 남는지 생각하자니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20년 회사생활을 성공적으로(?)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없다니 당황스럽습니다.
문과를 나와 사무직을 하면서 나만의 기술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퇴사 후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만 되고 딱히 와닿는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당장이 아닌 20년 후의 노년을 대비하기 위한 기술을 찾으려다 보니 그 불투명함에 마음만 힘들고 기운 빠지고 우울해지기까지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금 현재의 삶을 조금 발전적으로,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영어영문과를 나왔지만 네이티브는커녕 서바이벌 잉글리시를 구사하는 야매 영어
(하지만 그걸로 회사에서 70%는 먹어주고)
정식으로 배운 적 없이 회사에 입사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야매 회계
(회사에서 시키는 건 다 처리가능),
회사에서 담당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어중간한 포지션의 내가 맡게 된 야매 인사
(그렇지만 사내 유일무이 인사담당자)
이 세 가지 야매지식으로 어찌어찌 20년간 회사생활을 했는데 앞으로 이런저런 것을 시도해면서 10년 회사생활을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노년을 위한 기술이나 나만의 장기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10년간 회사생활 더 하면서 찾아보면 되겠지요. 40세에 은퇴는 실패했지만 50세에는 제3의 삶을 살아보기로 하자. 이러다가 60살까지 회사생활을 하게 되면 고마운 걸지도 모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