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14. 2024

인생 후반기에 찾은 기쁨

수영장, 걷기 그리고 글쓰기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수영장이다. 대부분 수영장을 간다고 하면 수영을 배우거나 수영을 할 줄 알아서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경우는 전혀 아니다. 그냥 걷고 싶었다. 20대 때 잠시 수영을 배우긴 했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내게 수영장은 매년 여름에 가족과 같이 가는 '워터파크 ' 정도였다.' 딸은 초등학교 때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학교에서 하는 생존 수영을 잠시 배웠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럼에도 내가 은퇴 이후 가장 배우고 싶은 운동은 '수영'이다. 예전부터 수영은 꼭 시간을 들여서 배워야 할 아니 정복하고 싶은 운동이다. 


우리 동네에 '코오롱 스포렉스'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지만, 굳이 차를 몰고 생긴 지 2년이 안된 어진동에 있는 돔 형태의 수영장(코오롱 스포렉스)에 온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수영장 규모가 크기도 하지만 샤워시설이 거의 목욕탕 수준으로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인의 추천으로 왔는데, 너무 흡족하게 수영장을 이용하고 있다.


수영장으로 들어가기 전 간단한 샤워 후 목욕탕에 들어간다. 그 시간이 너무 좋다. 어느 정도 몸의 긴장감이 풀리면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수영장으로 들어가면 라인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다. 초급, 중급, 고급 등 각 사람의 수영실력에 맞게 라인을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맨 마지막 코너에 있는 '걷기'코스로 바로 간다. 물의 높이는 내 턱까지 오기 때문에 약간 까치발을 한 채 걷고 있다. 의외로 걷기 코스에도 사람들이 많다. 


다양한 사람들이 걷기 코스를 찾는다. 남편 운동을 시키려고 왔는지 남편 뒤에서 어깨도 주물러주면서 함께 걷는 다정한 부부, 딸과 함께 걷는 엄마, 친구와 같이 왔는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분도 계신다. 남자분들도 많다. 어떤 분은 어머님을 모시고 왔는지 그 어르신이 잘 걸을 수 있도록 뒤에서 가이드를 하는 분도 있다. 그 모습이 인상적이라서 그 여성분께 "혹시 며느님이세요? 아님 따님이세요?"라고 물었더니, "딸이에요"라고 말한다. "여기 수영장에 어머님과 매일 오세요?" 했더니, "아니오. 주말에만 어머님과 함께 와요."


걷기를 하다 보면 앞사람의 걸음 수준에 따라 속도가 느려지기도 하는데, 내 앞에 계신 분이 어찌나 빠르게 걷는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이가 젊어 보였다면 "젊은 분이라 역시 걸음도 빠르네"라고 생각했을 텐데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기에 그분께 그 비결을 물어보았다. "어떻게 그리 빨리 걸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아마 수영 신발을 신어서 그럴 거예요"라고 말해주셨다.


수영장 바닥이 미끄러워서 발을 디딜 때 넘어지려고 해서 균형을 잡으려면 힘이 든다. 그러니 걷기 속도가 잘 안 난다. 거기다가 우리 옆 라인은 '고급'코스인데, 수영하시는 분들이 어찌나 물을 많이 튀기는지 걷다가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눈 보호를 위해 수영 안경을 쓰고 걸을 때도 있다. 


오늘은 새로 산 수영 신발을 신고 걸었다. 빨리 사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걷는데 안정감이 느껴져 편안했다. 당연히 걷는 속도가 빨라져서 오히려 다른 분 뒤를 따라다니는 게 답답할 지경이었다. 물속에서는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걸을 수 있어 좋다. 다리를 높이 들면서 걷기, 온몸을 통통 뛰면서 걷기, 뒤로 걷기, 굽어진 어깨를 쫙 편채 두 손을 뒤로 잡은 채 걷기 등 평소 하기 쉽지 않은 자세를 마음껏 시도해 보는데 물의 중력 때문인지 몸이 자유롭다. 뒤로 넘어져도 물이 나를 받아준다. 아쉬운 50분이 금세 지나간다. 10분 후 다시 수영할 수 있지만 오늘 하루 운동으로 충분하기에 바로 나온다.


자유수영 안내를 잠시 하자면 평일과 토, 일, 공휴일로 나뉜다.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3부로 나뉜다. 이용 시간은 평일과 주말이 다르니 미리 알아보고 가셔야 한다. 수영은 1시간 50분 동안 할 수 있고, 처음 50분 수영 후 10분 쉬고, 다시 50분을 수영할 수 있다. 나는 수영보다는 물에서 걷기와 목욕이 목적이기에  50분 동안 충분히 걷고 나면 목욕탕에서 여유롭게 마무리하고 나온다. 이것만으로도 내겐 운동량이 꽤 된다. 


최근 김진호 대표님과 '글쓰기 챌린지'를 하고 있다. 21일간 매일 써서 인증을 해야 한다. 챌린지를 하면서 나의 오감은 글쓰기 모드로 바뀌었다. 그동안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써왔다. 올해부터는 도서 블로그로 방향을 정하고 열심히 책을 읽고 요약정리뿐만 아니라 독후감 형식의 글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챌린지는 매일 밤 12시 전까지 인증까지 올려야 하니 느낌이 따르다. 


김진호 대표님이 챌린지를 시작하게 된 것은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것을 올해는 꼭 실천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숏폼 챌린지를 3주간 했다. 그때는 사무실 일도 바빴고 매일 올릴 여력도 부족해서 하지 못했다. 그래도 참석한 분들은 챌린지를 통해 습관이 형성되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글쓰기는 도전해 보고 싶었다. 챌린지 이후 나는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어도 무엇을 하든지 늘 글쓰기 소재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처음 스트레스가 심해서 수영장에서 걷기를 시작했을 때, 걸으면서 혼자 중얼거리며 나와 대화를 했다. 물속에서 온몸을 움직이면서 걸으니 몸도 한층 가벼워졌다. 지금 생각하니 다른 분이 이런 나를 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다.

"종숙아! 괜찮아, 염려하지 말라고"

"왜 쫄고 있어. 쫄지마!, 당당해져!" 격려의 말, 긍정의 말을 선포하면서 조금씩 나를 치유해 나갔다.


그런데 오늘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 표정을 담아본다. 

"오늘은 이런 주제로 글을 써볼까!" 

"저 사람들 이야기를 적어보면 좋겠다." 

걷기를 위해 수영 신발을 사서 신었더니 잘 걸을 수 있어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갑자기 수영 신발을 글쓰기에 비유해 보고 싶었다. 작가들은 글을 쓸 때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공간이 있으면 잘 써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펜으로 글을 쓰면 잘 써진다거나, 아침 일찍 카페로 출근해서 글쓰기 의식을 가진다는 분도 계셨다. 


그렇다면 내게 글을 잘 쓰게 도와주는 도구는 무엇이 있을까? 손글씨를 선호하는 분도 계시긴 하는데 내 경우는 노트북이나 컴퓨터에서 글을 쓰는 것을 선호한다.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고, 복사와 붙여놓기가 가능하며,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언제든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주로 글은 내 방에 마련된 작은 책상 위에서 쓰는 편이다. 그래서 내겐 문구보다는 새로운 경험이나 만남이 나를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열심히 글쓰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주머님 몇 분이 걷기 코스로 들어왔다. 걷지도 않고 자기네끼리 웅성거리고 있길래 궁금해서 지나가면서 잠시 귀를 기울였다. 기존 수영 회원이신데 수영하는 데 어떤 분에 대한 불만을 서로 말하고 있었다. 거의 사랑방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매번 보이던 모녀는 오지 않았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어디 아프신 것은 아니겠지!" "날씨가 좋으니 벚꽃놀이 갔을 거야" 


지난번 은퇴한 선배를 만났는데, 그 선배는 한동안 스피닝을 배우다가 지금은 수영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사실 수영을 배우려면 매월 추첨을 하는데 경쟁이 치열해서 당첨되기가 쉽지 않다. 그 선배는 다행히 당첨되어 4개월째 꾸준히 수영을 하고 있는데 재미있다고 말했다. 선배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와서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같이 시작한 사람이 실력이 월등해져서 그 비결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고 한다.

"수영실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어떻게 좋아졌어요?" 

"저는 수영이 재미있기도 하고, 매일 나와서 연습하고 있어요." 하더란다.  

그래서 그 선배도 요즘 매일 나와서 연습하고 있는데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글쓰기도 이와 같지 않을까? 운동실력이 있는 분도 계시지만 수영하는 것이 즐거워서 매일 꾸준히 연습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 아직 나는 브랜딩의 방향을 정확히 잡지 못한 상태다. 그 길이 독서와 글쓰기이라는 것인데, 평범한 글쓰기라면 뾰쪽한 나만의 브랜딩을 만드는데 실패한 것이다. 지름길은 없다. 누군가의 지혜를 빌릴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그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계속 너와의 대화, 기록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면 정리되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이 보인다. 결국 매일 기록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남을 따라가면 자기다움을 찾을 수 없다. 매력이 없는데 누군들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겠는가? 모든 글쓰기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며, 지속되어 계속 확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받은 은혜가 많기에 이제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정여울 작가와의 만남, 마음을 치유하는 인문학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