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럽다 할 수는 없지만 고요함이 주는 적막은 괜스레 외로워, 재잘거리는 티브이 소리로 라도 채우고 있는 거실.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재잘거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도 모르게 잠들게 되는 자연스러운 순간만큼, 잠들어 있는 수면의 질은 수명이 짧아 적막 속의 재잘거림은 금세 소란스러움이 되어 다시금 잠에서 깨게 한다.
방에 들어가서 바로 잠들 요량으로 최대한 잠이 깨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며 빠르게 티브이를 끄고, 불을 끄고,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눕는다.
'OK 아직 피곤하다 바로 잘 수 있다... ' 희망을 가지며 적막뿐인 공기에 나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다시 잠을 청해 본다.
재잘거리는 티브이 소리가 꺼지고 적막이 느껴지면 거실 소파에서 잠들 때보다 더 좋은 수면의 질을 기대하며 잠들길 바라지만, 애석하게도 그 적막을 채우는 건 꿈나라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고민과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재잘거릴 뿐이다.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고민이며, 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건이며, 오랜 시간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임에도 내 마음 기저 속 나만 아는 날것의 불안함이 하나씩 떠오른다.
'아 망했다'
나는 안다. 내 머릿속에 쓸데없는 생각이 채워지면 다시 잠들기까지 어렵다는 사실을.
운 좋게 잠이라도 들면 다행인데, 불안함이 기저에 깔린 생각은 부정하고 싶은 초라한 나를 마주하게 하고, 마주한 순간, 나의 심장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쿵 쿵 쿵 쿵
적어도 난 '이 정도' 높이의 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이거라도' 먹어야 하는 사과를 먹고 있네, 내가 나를 꽤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려놓을게 많구나.. 사실 내려놓음을 인정하기 싫은 사람일까..? 아니지 이 또한도 감사하지 감사하다 감사한데..로 답이 없는 생각의 꼬리는 이상과 현실로 대립을 이룬다.
어쩔 수 없이 눈을 뜬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 그러나 건조해진 나의 눈은 다시 감고 잠을 청하라 한다. 눈은 졸렵지만 머릿속의 생각 들은 선명해지는 말 그대로 참 피곤한 상황이 된다.
그래 뭐 달라질 건 없어!
난 '이거라도' 하는 상황을 마주해야 하고, '이거라도' 잘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게 뭐 어떤데' 하며 나를 응원한다.
아직도 심장박동은 내가 느껴질 정도이고, 눈은 너무 피곤하다.
난 이제 눈을 감을 거고, 불안함에 시작됐던 내 심장소리를 응원가로 다시 잠들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