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2017년에 쓴 펴내지 못한 책 <방황의 가치>의 서문
꼭 ‘무엇’이 된 사람의 삶만이 가치 있는가? 무엇인가 되기 힘들어진 요즘의 시대에, 아무 것도 아닌 채로 그저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의 삶은 읽어 낼 가치가 없는 것인가? 이 책은 7년째 여전히 무엇도 되지 못한 사람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원래는 무엇이 된 후에 책으로 내려던 글도 있고, 또 그저 책으로 한번 내보고 싶던 글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 내보일 생각이 없던 내 일기장 속의 글들도 있다.
아직 설익은 이 글들을 세상에 내보이는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꿈은 이룬 후로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각 때문이다. 7년째 드라마 작가라는 꿈을 꾸면서 살고 있다. 처음엔 느리게 지금은 좀 더 부지런히, 여전히 멈추지 않고 ‘습작’이라는 것을 해오고 있다. 어떤 때는 이야기가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가, 어떤 때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써지지 않아서 안달이 난다. 여전히 머릿속의 이야기는 관념적이고 그것을 풀어낸 작품은 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게 7년을 꼬박 꿈꾸면서 살아온 나는, 대부분의 것들을 꿈을 이룬 이후로 미루어왔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내 묵은 글들을 꺼내어 봤다. SNS며 블로그며 일기장에 썼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의 기록들. 문득 7년간 아무 것도 되지 못했지만, 무엇엔가 가까워져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황의 가치>는 내가 인생에 던지는 무수한 질문이다. 왜 하필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나, 왜 늘 현실과 동떨어진 길에 서있어 왔나, 왜 나는 늘 말 외의 것으로 스스로의 존재를 표현하려 했나, 궁극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 살아가며 떠오른 생각과 질문의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 나처럼 결승점에 미치지 못한 채 그저 반짝이며 길 위를 걸어가는 무수한 ‘청춘’들에게 ‘공감’이라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 우린 무엇도 되지 못하였지만 무엇이 되려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인생이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서 가치 있다고.
2017년 8월 9일
2021년 여전히 책으로 펴내지 못한 글들을 연재하려 한다.
에세이들을 모아서 독립출판을 계획한지 4년이 지났다. 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무엇도 되지 못한 상태로 방황 중이다. 지금도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작가인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왜 글을 쓰려하는가? 2017년과 달리 약간의 답을 찾게 된 질문도 있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질문도 있다.
현재 나는 좀 더 넓은 범위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최근 내 글쓰기의 시작이었던 소설을 다시 써보기도 했다. 몇 년전엔 영화 시나리오에 도전했고, 아주 작은 작가 지원 공모에 당선되었다. 지금 내가 속한 이곳에서 나는 작가로 불린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작가가 되지 못하였다. 나의 글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2022년까지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나는 극을 쓰는 작업을 포기하려 한다.
2021년 5월 25일
비로소 포기할 용기가 생긴 나, 여전히 방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