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칭찬하지 못하는 나에게

방황의 가치17_2021년 6월 21일

by 오랜


“무슨 긴 말이 필요하겠니? 무엇보다 네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처음 나에게 네가 말했던 것처럼 좋아서 하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가 가는 길은 앞이 잘 보이지 않기에 주저함과 두려움, 망설임이 존재한단다. 하지만 그 길은 가야 하는 것이고 갈 수밖에 없는 길이기도 하단다. 그러므로 너무 자기 자신을 탓하거나 부족함을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자신을 더 발전시키기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란다.”


문예창작과 때 희곡 교수님께서 내게 보내주신 메일이다. 졸업 후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도 한동안은 메일을 주고 받았었다. 무슨 상황에서 이런 메일을 주셨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누가 먼저 메일을 하지 않게 되었는가도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메일은 어딘가에 복사 저장되어 있었다. 아마도 교수님의 이 말이 내게 아주 큰 위로가 되었던 모양이다.


몇 년 후 이 글을 다시 열어보았을 때 나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강한 비관으로 쪼그라들어 쭈굴쭈굴해진 상태였다. 이 메일을 처음 받았을 그땐 비관으로 쪼그라들어버린 마음을 박박 빨아 널면 빳빳해졌는질 수도 있는 상태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보았을 땐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수년전의 나도 지금의 나처럼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가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로부터 좀 더 나이를 먹은 지금의 나도 그렇다.

오늘 또다시 이 글을 봤다. 사실 달라진 점은 있다. 나를 아껴왔던 사람들의 막연한 지지와 스스로를 믿으려는 안간힘으로 버티던 나는 그래도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아주 작은 인정이긴 하지만 돈을 받고 내 이름이 박힌 글을 쓰고 있으니까.


자만하진 않되, 이젠 진짜 나를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

여전히 어디로 가야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믿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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