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가치 19_2009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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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사로 일하고 있는 학원에서 아침마다 캔커피를 준다. 방학이라 오전부터 출근하는 주간이라서 그렇다. 할인하면 350원, 세 개 묶어서 천원에 파는 맥스웰, 레쓰비 류의 캔커피다. 커피맛보다는 우유맛이 우유맛보다는 단맛이 훨씬 많이 나는 이 커피. 야행성 생활에 익숙해진 나에겐 오전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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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라이프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고3 때, 나는 입시 미술을 하고 있었다. 한예종 애니메이션과를 지망했는데, 드로잉 실력은 기본이었다. 학원에서 매일 내주는 과제가 있었다. 인물 크로키 24장. 이것을 해가기 위해선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당시 11시 즈음 학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수채화 과제를 하고 잠을 잤다. 그렇게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고 아침 영어듣기평가 시간에 맞춰 학교 갔다. 졸음을 참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야했다. 그러지 않으면 과제를 완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캔커피였다. 아침에 학교 자판기에서 ‘싼타페’라는 이름의 캔커피를 하나를 뽑아서 마셨다. 그리고 쉬는 시간마다 반 아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빠르게 연필을 움직였다. 그렇게 꼬박을 그려 학원에 가져가서는 선생님께 숙제를 줄여달라 길게 투정을 했다. 그럼에도 죽어도 줄여주지 않았다.
한예종 애니메이션과는 떨어졌다. 단 4개월을 준비한 내가 1여년을 꼬박 준비하는 경쟁자들을 이기는 것이 무리였다. 그러나 그 해가 내 인생에서 가장 그림이 많이 늘었던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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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년 후. 문예창작과로 편입한 후 나는 스스로 한 결정에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침잠은 어쩔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때처럼 그랬다. 내가 찾은 해결책은 역시나 커피였다. 교내 카페에서 파는 1000원짜리 아메리카노. 몇 년 사이 내 커피 취향도 단 커피에서 쓴 블랙커피로 바뀌어 있었다. 늘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들고 교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어느덧 내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멀리 커피든 사람만 봐도 내가 생각난다는 후배가 생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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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답은 커피다. 잠이 많은 천성 때문에 나는 요즘도 커피를 달고 산다. 원장님께서 친히 사주시는 캔커피. 처음엔 오랜만의 느끼는 특유의 단맛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고3 시절 그때가 떠올라 괜히 힘이 나기도 했다. 내겐 추억의 맛, 열정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