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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부다페스트)를 여행하다

by MARY

친구와의 여행에서 두 번째 목적지,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 전 목적지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무려 16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그 전날 오후 6시쯤에 출발했는데도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니 오전 10시쯤 되어있었다.

솔직히 나는 꽤 잘 자면서 왔는데 중간중간 깨어 있었던 친구는 가끔 좌우로 휘청거리는 버스를 보며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역시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다.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또 다른 언어를 쓰는 전혀 다른 국가에 도착하니 피곤함은 리셋, 다시 설렘이 올라왔다.

여행지에서는 승강장 플랫폼에만 서도 볼게 참 많다.

전혀 다른 시스템, 구조, 심지어 광고까지. 사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외국에서 길거리나 벽에 붙은 광고를 보는 걸 즐기는 편이다. 유명 뮤지컬 같은 광고를 만나면 꽤 반갑다.

다행히 헝가리에의 날씨도 상당히 좋았다. 딱 쨍하고 파란, 여름에 기대할 만한 날씨였다.

헝가리는 당연히 처음이었고 사실 루마니아에 이어 헝가리도 즉흥적으로 고른 터라 깊게 알아보고 가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여행의 종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아주 상세히 조사하고 알아보고 가서 십분 만끽하는 것. 열심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알아본 것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만큼 뿌듯한 게 있다. 단 이 방법의 단점은 기대치를 높였기 때문에 기대만큼 못 미치면 실망이 따르거나 다소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는 점이다.

두 번째는 그냥 그 장소와 시간을 즐기는 것. 대충 동선정도만 파악하고 이야기나 역사나 배경지식은 뒤로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그 자체를 눈에 담고 감탄하는 것이다. 이는 깊이 있는 여행이 아닐지는 몰라도 꽤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헝가리 여행은 어쩌다 보니 두 번째 방법이 되었다.

불안이 강한 성향상 혼자여행에서는 보통 첫 번째 방법을 택하지만 둘이 되면 보다 용감해져 즐거움에 무게를 둔 여행을 택한다. 여행지에서는 모든 순간이 설렘이고 배움이기 때문에.

헝가리에서 첫 먹거리로 젤라토를 택했다.

오랜 여행 후에 먹는 상큼하고 시원한 젤라토는 그저 행복함이었다.

심지어 장미꽃 모양이라니 시각까지 즐거운 젤라토였다.

부다페스트의 첫인상은 평온함이었다. 낮이라 그런지 꽤 한산했다.

그런 부다페스트를 구경하다가 첫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다.

기억에 굴라시라는 요리였는데 간간하고 조금은 자극적인, 식욕이 당기는 맛이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지금 사진으로 보니 이때도 낮맥주를 했구나 새삼 회상한다.


역시나 에어비앤비에 체크인하고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해가 지기 시작해 어둑해지는 시점이었는데 둘이기에 가능한 외출이었다.

밤의 부다페스트는 낮보다 화려하고 근사했다. 모든 야경이 그렇지만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달랐다.

마치 밤을 위한 도시 같았다.

특히나 아일랜드 골웨이에서 작고 소박한 삶에 익숙해졌던 터라 이런 웅장하고 큰 규모의, 화려함은 또 새롭게 다가왔다.

어쩌다 보니 어부의 요새에 우리 둘만 남게 되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지금은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싱거운 얘기에도 웃음을 자극해서 거의 쓰러지도록 웃었던 기억이 난다.

뭐가 그렇게 웃겼을까. 아마 모든 게 낯설고 특별한 그 장소에 함께 있다는 점이 매우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두 장이 아닌 같은 곳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다.

둘이 여행하면 맞는 점 중 하나가 '사진이 남는 것이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누구를 위한 사진이 아닌 기억을 위한 사진이다. 그때 그렇게 찍어 놓았던 덕에 지금도 그때를 상당히 선명하게 기억한다.

언제나 아침은 건강하게 직접 챙겨 먹었다. 창 밖으로 햇살이 가득 들고 나무가 보이는 곳에서의 느긋한 아침이라니 이런 낭만이 따로 없다.

역시나 낮에는 다시 수수하고 평온한 부다페스트다.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다.

저 멀리 세체니 다리가 보인다. 밤에 봤던 그 다리가 맞나 싶게 다른 느낌이지만 그 큰 규모만큼은 여전하다.


높이 올라가 부다페스트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았던 덕에 보다 선명하게 경치를 감상했다.

여행지던 아니던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경치는 왠지 신비롭고 감탄스럽다.

점심으로는 다시 숙소로 돌아가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절대 잊지 않고 소중하게 쟁여둔 와인까지 곁들였다. 이런 호사스러운 점심을 또 언제 즐길 수 있을까. 어디 가서 이보다 더한 호사를 누려도 이 맛은 절대 다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낮잠까지 즐겼다. 이보다 더 최고일 수는 없겠다.

자다가 급히 일어나 서둘러 나갔다. 바로 유람선을 타기 위함이었는데, 늦을까 걱정했지만 시간에는 맞춰서 무사히 탈 수 있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또다시 화려한 부다페스트를 만나게 되었다.

황금색의 따뜻하며 화려한 저 조명이 아주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유람선에서의 야경은 그저 낭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조용하고 고요하고 평온한 소도시가 좋다 하지만 이런 화려함을 가끔을 즐겨줄 필요가 있다.

시각적으로 상당히 호화스러웠다.

드디어 마주한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여러 매체에서, 엽서에서 헝가리를 대표하는 건물이었는데 드디어 실물로 그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건물 양식에 역시나 헝가리의 특효 조명까지 합쳐서 환상적인 조망을 자랑하고 있었다.

심지어 바로 앞에 강이라니. 건물에 이어 물에 비치는 빛까지 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자리를 잡고 국회의사당을 오래오래 감상하며 낮에 마시던 와인을 마저 즐겼다.

이 순간에도 어찌나 뭐가 즐거운지 한참 웃었다. 무엇보다도 같이여서 그랬던 것이라 생각한다.


헝가리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다뉴브 강의 신발들을 거쳐


시장에 들러서 시장의 활기도 경험하고

세계 어디서나 익숙한 버거킹에서의 햄버거도 즐겼다.

부다페스트의 버거킹에서는 화장실도 유로다. 유럽에서의 화장실은 참 한국에서 만큼 후하지 않다.

역시 여행을 하며 시야를 넓혀야 무분별한 사대주의나 국수주의를 지양할 수 있다.

많이 웃었고 활기찼던 헝가리에서의 여행도 끝이 났다.

전문 여행 가는 아닌지라 아주 많은 여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럿 여행 중 이 헝가리 여행은 어쩐지 보다 즐거웠던, 엔도르핀이 마구 돌았던 여행으로 남아있다.


다음 여행지인 폴란드 크라쿠프를 향해 또 플릭스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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