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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Aug 07. 2022

제주의 탕반 음식, 접짝뼈국

제주시 삼양이동, 화성식당

한반도 식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 바로 <탕반>이다. 밥이 주식이다 보니 별다른 반찬 없이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국물 요리 또한 발달하였다. 국은 적은 양의 식재료로 양을 불려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공동체 음식인 데다 한 번의 조리로 여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음식이다. 거기에 계절마다 조달되는 제철 식재료를 넣고 끓이는 조리의 간편함까지 더해지니 시대를 넘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인의 밥상에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하다.


한반도 전 지역에 걸쳐 퍼져있는 탕반 문화는 지역의 역사와 기후, 풍토에 따라 <향토음식>의 성격을 갖게 되는데 임금과 사대부가 살았던 서울 지역의 소고기 설렁탕, 강원도에서는 명태가 얼고 녹는 과정이 반복되어 만들어진 황태국,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기 쉬웠던 곡창지대인 남원 일대의 추어탕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제주의 탕반 문화 (몸국, 고사리해장국, 은갈치 호박국, 각재기국)

제주 역시 제주스러운 국물 요리가 발달했는데, 바다 재료로는 갓 잡아 올린 전갱이를 통으로 넣고 끓인 각재기국, 늙은 호박 은갈치국, 옥돔 미역국 등이 있고, 뭍의 재료로는 돼지고기와 뼈를 고아낸 탕을 베이스로 만든 고사리 해장국, 몸국, 접짝뼈국 등이 있다.


논농사가 발달한 육지에서는 소가 주요한 농경 수단이었으나, 땅이 척박한 제주에서는 밭의 거름을 생산하고 잔치 때마다 잡아먹을 수 있도록 번식력이 좋은 돼지를 주로 길렀으니 제주의 고기 국물 요리는 대개 돼지를 베이스로 한다.


돼지의 앞다리와 흉골 사이 부위 갈비뼈로 만든 접짝뼈국은 최근 들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향토 음식이다. 올레길이 조성되고 저비용 항공사의 운항으로 제주 여행이 본격화되었는데 그간 육지 사람들에게 비교적 낯설지 않았던 고기국수와 돔베고기, 갈치와 옥돔구이 등에만 쏠렸던 음식 편향이 이제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 의한 낙수 효과로 몸국을 지나 접짝뼈국까지 이르렀다.

현재 제주의 민속자연사 박물관에서는 <제주의 결혼문화 특별전, 가문잔치 ; 2022. 5. 18 ~ 9.30>이 열리고 있어 방문해봤는데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각시밥상 (제주민족자연사박물관 직접 촬영)

박물관에서 재현한 가문잔치 밥상에는 괴기반과 몸국이 올라간 손님상뿐만 아니라 신랑과 신부에게 각각 차려주는 밥상을 볼 수 있었는데 <새각시 밥상에는 접짝뼈국이 차려진 정찬 한상>이, 신랑에게는 미역국이 올라간 간소한 밥상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섬이라는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결혼이라는 행위는 한 명의 노동력이 이 집안에서 저 집안으로 옮겨가는 행위이니 3일 이상 행해지는 제주의 가문잔치 주인공은 아무래도 새각시(신부)였던 듯 싶다.

제주시 삼양 검은모래 해수욕장 인근의 화성식당

어쨌거나 접짝뼈국은 새각시에게나 제공되었던 귀한 제주음식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삼양 검은모래 해수욕장 입구에 소재한 접짝뼈국 단일 메뉴 식당인 화성식당을 방문하였는데 음식을 설명하는 주인장의 표현이 참으로 재미있다.

화성식당의 접짝뼈국 한상차림

오뚜기 스프 넣고 끓인 맛, 죽을힘을 다해 만든 갈치속젓, 대충대충 만든 김치라며 접짝뼈국 한상 차림을 설명해주시는데 음식을 경험해보니 무릎을 탁 칠만큼 절묘한 표현이다.


부산의 돼지국밥이 유명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충청 이북 지역 사람들에게 탕의 주재료는 소고기이지 돼지고기가 아니다. 거기에 메밀가루를 넣어 스프처럼 점성이 강하니 관광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소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인장이 재미있게 표현한 '오뚜기 스프'에는 그 생소함을 무장해제시켜주는 친근함이 숨어있다.

갈치속젓 배춧잎쌈

갈치속젓도 특유의 비린내와 식감 때문에 평상시 즐겨하지 않는 음식인데 배춧잎에 쌈장 삼아 먹으니 한입 한입이 소중하다 느껴질 만큼 맛있다. 대충 만든 김치라지만 원재 제주의 김치는 육지 사람 기준 '간'이 다른데 주인장의 표현을 듣고 기대치를 더 내려놔서 그런지 접짝뼈국 한상차림을 모두 맛있게 경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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