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 모르게 시간을 돌려놨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탄식이 나온다. 인생의 속도는 나이대에 비례해서 흘러간다고 하더니, 지금은 40 대니 40km 정도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월요일이 시작되면 어느새 금요일이고 다시 월초구나 시작하면 월말이 된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들을 잘 붙들려고 하고 있다.
첫 번째 일상
사춘기에 진입하기 시작한 아이와의 대화가 쉽지 않음을 매일 느끼지만 이제는 상황에 대해 꾸짖기보다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날 해야 할 일에 대한 당위성과 그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결국 힘겨워지는 건 니 자신일 거라며 목이 터져라 설명했다. 같은 이야기지만 방법을 바꿔서 때로는 힘 있게 그리고 때로는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읍소하는 방법까지 써가면서 설명했다. 하다 보니 금융권에서 일하면서 영업했던 스킬이 나오는 거 같아서 혼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일할 때 연마했던 기술을 아들 설득하는데 쓰고 있다니 꽤나 유용한 업무적 스킬을 연마하고 나온 것임이 틀림없다.
읍소하는 엄마를 보면서 본인이 이겼다고 생각하는지 "아 알았어 들어가!"라고 말하면 일단 성공이다. 그리고는 둘째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일상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엄마가 나이 들어가면서 기력도 없어지고 고단하다고 첫째 아이에게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정말 아들 키우기 OOO 힘들다.'
두 번째 일상
-'명랑한 유언' : 구민정, 오효정 에세이
무심코 넘겨보던 블로그를 통해서 '명랑한 유언'이라는 책을 알게 됐다. 방송국 PD로 일하던 동료 둘이 함께 쓴 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두 사람이 함께 글로 엮은 책이다. 시작부터 가슴 한편이 뭉근하게 아파오며 읽기 시작했다. 2년 전 먼저 떠나간 친한 언니이자 동료였던 한 사람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서두에서는 두 사람이 본인의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느꼈던 일들에 대해서 덤덤하게 그려서 담백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투병생활을 하며 그리고 그런 친구를 보내며 써 내려갔던 글을 읽을 때는 먼저 떠나간 그 언니가 생각나서 카페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이라 느꼈던 건, 먼저 떠나간 한 사람은 삶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떠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를 추억하며 애도하고, 힘겨워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까지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겪었던 과정과 닮아 있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다는 건 더없이 항상 힘든 일이다.
세 번째 일상
지난달에 무턱대로 시작해 보는 삶의 자세로 바꿔 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함께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작가님이 시작하신 연재 매거진을 함께 하기로 하고 정말 대책 없이 무턱대로 올라탔다. 매일 글쓰기를 해서 100회까지 마무리하는 대장정인데 시작한 지 3일 만에 벌써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작이라도 했으니 내가 그토록 힘들어하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 높게 느껴졌던 진입 장벽은 훌쩍 넘어섰다고 생각하다. 이런 자세를 보고 혹자는 '정신승리'라고 한다. 하지만 매일 해야 하는 글쓰기 미션이 마음의 짐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하고 나면 이토록 뿌듯할 수가 없으니 100일쯤 지나면 슬쩍 또 익숙해질 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간에 의지가 약해져서 퐁당퐁당 글을 쓰는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하루씩 잘 채워보면 100일의 기적이 오겠지 생각한다.
아기들도 100일이 되면 뒤집기를 하는데 100일 동안 글을 쓰면 뭐라도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