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전략게임 : 인생에 추상성이 필요한 이유]

세상에는 추상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지만, 추상을 바탕으로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게임은 바둑이 유일하다.
‘추상 전략 게임’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면서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바둑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깊이와 추상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세돌은 바둑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추상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점점 ‘어렴풋함’이라는 개념을 잊어가고, 단순하고 명확하게 드러난 것을 선호하며, 설명하기 쉬운 것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는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자리 잡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제한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우리는 더 불편하고 모호한 것들을 선택해야 오래 기억하고, 깊이 사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삶에서 추상이 필수적인 이유는 ‘메타인지’와 ‘표현력’에 있다.
살면서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막상 설명하려 하면 쉽지 않다. 구체적인 개념조차 설명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추상적인 개념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추상은 형태가 명확하지 않기에 오히려 경계를 허물고, 존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힘을 가진다. 우리는 스스로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며, 바로 그 불확실성과 열린 가능성 때문에 추상의 가치를 인정한다.

인생은 하나의 추상 전략 게임이다.
바둑을 논하는 것이 곧 인생을 논하는 것이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얼마나 나만의 주관을 가지고 깊이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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