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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뚜벅뚜벅 일상에서 살아남기

by 달바다

우리는 약속을 잡으면 그 한 주는 피곤해하면서도 그 약속이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기다려지고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기다리지 말아야지 해도 그날 하루는 그 시간이 언제 오나 하고 기다려지는 것 같다. 나갈 때는 귀찮아도 막상 나가면 재미있고 '잘 나갔다.'라고 생각이 드는 게 약속이기 때문이다. 물론 화자도 이번 주에는 주말 빼고 다 나가는 약속이 잡혀 있었다. 뭐 일부러 도서관 가거나 카페를 개인적으로 나가는 일도 합해서 주말 빼고 다 나가는 거지만...

막상 나가기 전에 준비를 하고 씻고 하는 것도 너무 귀찮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그 귀차니즘도 나갔다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개운해지고 잘 나갔다 왔구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분을 섭취를 하고 난 뒤에는 더 잘 나갔다 왔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그만큼 다디단 디저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난 이후에 글을 쓰면 좀 더 잘 써지는 것 같다. 물론 그렇게 했음에도 글이 안 써지는 날이 있기도 하다. 그럴 때는 일부러 재촉을 안 하는 편이다. 재촉을 하게 되면 그만큼 내가 원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쓴다고 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이 좋아해 주시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글이 잘 써지는 날 한 번에 몰아서 쓰는 편이긴 하다. 길게는 한 10편도 에세이 쓴 적도 있다. 물론 그때는 정말 쓰고 싶었던 주제가 많아서 가능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에겐 약속이란 글과도 같다. 막상 쓰려면 예열이 필요하고 쓰는 중일 때는 몇 편이 되었던 계속 써서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한 때는 10,000자 이상 써서 내려가는 게 대단한 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소설을 쓸 때였는데 지금은 그게 대단하지도 않다.

그건 에세이를 쓰면서 변하게 된 것 같다. 그 이유는 에세이를 읽다 보면 난 긴 글은 읽는데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 내 글 또한 아주 길게 안 쓰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글이 조금씩 쓰면서 변하게 되었다. 내가 읽기 편하면서 쓰기 편하게 바뀌어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쓰면서 여러 글을 쓰고 그것에 대한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발행을 하고 점점 내가 나아지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약속에 대해 예민해서 조금이라도 늦으면 미안해서 나를 다그치는 편이다.

한 번 약속 늦었다고 그 이후로 1시간 일찍 나가는 날 보면 참 대단하다 느낄 때가 많다. 이번 금요일에도 지인 분과 처음으로 한 약속이라 1시간 반이나 일찍 나갈 것 같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나라는 존재이기에 미안한 마음으로 계속 지내는 것보다 좀 더 일찍 나가 시간을 때우는 게 나을 것 같다. 시간 때우는 김에 글도 쓰고 올리면 일석이조이지 않을까 하며 이번 금요일의 약속이 너무 기대가 된다. 그와 동시에 게으른 내가 약속 시간을 잘 지키기 바라며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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