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의 본질 파헤치기 - 1편
훈련소에서 먹은 초코파이는 분명히 평범한 초코파이임에도 세상 어느 과자보다도 맛있었다. 하지만 자대 와서 계속 먹다 보니, 훈련소 때와 같은 초코파이 하나임에도 그로부터 느껴지는 행복이 크지 않았다. 그때와 같은 행복을 느끼려 2개, 3개를 먹어봐도 포만감만 생길 뿐 그때의 행복은 재현할 수 없었다.
같은 음식, 더 넓게 말해 같은 대상이더라도 그 배경에 따라 우리는 느끼는 감정의 정도가 달라진다. B라는 것을 접하지 못했을 때에는 A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B를 한 번 느끼고 그것에 여러 번 노출되면, B의 정도에 익숙해진 나머지 A로는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B를 너무 많이 접하게 되면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B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C나 D와 같은 다른 것들을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색다른 것에 한계가 생기면 결국 기존의 것만 활용할 수 있으며, 얻게 되는 행복은 자연스레 감소하게 된다.
과자에 익숙해진 나머지, 더 이상 과자 하나에 옛날만큼 행복하지 않고 배부르지도 않다. 그래서 하나를 더 먹으면 포만감과 행복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하나 더 먹는다. 이전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기에 하나를 또 먹는다. 그렇게 더 많은 포만감과 행복을 위해 계속 과자를 섭취하게 된다. 하지만 먹을수록 드는 느낌은, 이것을 먹어서 행복을 느낀다기보다 더 많은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향해 위해 계속 먹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끝에는 행복보다는 공허한 느낌이 자리한다.
또 다른 문제는 과자를 먹는 것이 기본 상태로 이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먹어왔으니 똑같이 먹어주어야지 허기를 안 느끼고 행복을 계속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이번에는 더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이 때문에 과식과 불필요한 섭취를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먹어도 행복하지 않고 제자리임을 느끼게 되면, 이러한 행동은 관성이고 앞서 말한 생각들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모든 문제는 과자 하나로 느끼는 행복의 부재이고,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과자가 널려있는 풍부한 환경을 그 배경으로 지목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과자를 아예 끊어버리겠다는 해결책은 우연히 그 본질을 꿰뚫는 셈이 된 것이다. 많은 자기 계발 서적의 말마따나,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을 직접 바꾸려고 하기보다 환경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변화를 꾀한다고 했다. 이러한 부분이 작용하여 해결책이 더 성공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배고픔의 효과
이러한 상태는 몸에 에너지가 없는 듯하고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가지게 할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배고픔을 느끼게 되면 사고의 한 구석에서 '눈앞에 있는 이 일을 끝내야 이 배고픔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다'라는 회로가 작동한다. 몸은 이 회로를 실행시켜 빠르게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긴장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에 더해 포만감으로부터 발생되는 편안함과 안일함이 부재하는 점 또한 긴장 상태가 유지되는 데에 일조를 한다.
여기서의 배고픔은 '진짜' 배고픔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을 먹는다고 포만감과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공허한 느낌만을 남길뿐이다. 입이 심심해서 먹는 음식이 처음에는 맛있어서 행복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에 이끌려 더 섭취하게 되면 앞선 경험에서 언급했듯 더부룩함만을 남긴다. 오히려 컨디션의 하락을 불러오기 때문에 배고픔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보다 유지하고 참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호르몬의 관점
위 생각들은 단순한 경험적 추론이 아닌 호르몬의 관점에서도 접근해 볼 수 있는 생각이다. 우리가 '가짜 배고픔'을 느끼는 데에는 보통 스트레스가 주요한 작용을 한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 호르몬은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을 자극해 몸에서 에너지를 더 소비하여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배고픔'이라는 상태가 긴장 상태를 불러오는 것의 이면에 이런 설명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배고픔을 과자로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음에 대해서도 비슷한 설명을 할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면 그 영양소들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Ghrelin)이라는 호르몬을 억제한다. 이 호르몬은 앞서 언급한 스트레스와 교 감신경 자극을 담당하는 코르티솔(Cortisol)과 기타 부신 관련 호르몬들의 감소를 야기한다. 그 결과를 상대적으로 비교하자면, 과자를 먹지 않았을 때에 비해 교감 신경의 활성도가 낮아져 집중도가 감소할 것이라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신의 고양
과자를 먹는 것에 있어 문제의식을 느껴 이런 변화들을 끌어내려했고, 그 과정에서 먹기와 참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쓰고 보니 과자라는 사소한 것에서 무슨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이끌어냈나 싶으면서 소위 '오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달았기에 충분히 기록으로 남길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특히 상황을 확장하여 욕구와 관련된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민을 해보기까지 하면서 욕구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글이 너무 길어져 다음 글에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