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의뢰인 정보
이름: 최민경 (가명)
나이: 47세
직업: 폐업한 자영업자, 현재는 요양 보호사
접수 감정: “무너져도 또 일어나야 하니까요. 가족이 있잖아요.”
“나는 부끄럽게 살고 싶진 않아요.
그래도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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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로그 (가온 소장)
최민경 씨는 코로나 시기에 가게를 접고,
남편 없이 세 아이를 혼자 키우는 가장이 되었다.
청구서와 밀린 월세, 전기세 고지서가 책상 위에 쌓였던 어느 날,
그녀는 요양보호사 교육원으로 갔다.
“창피해도 살아야죠.
사람은 살아야 돼요.
나보다 더한 사람도 있는데요, 뭐.”
그녀는 ‘울고 싶을 땐 바닥 닦는다’고 했다.
걸레질을 하며 고개를 숙이면
눈물은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흐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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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 분석 로그
『분노의 포도』에서 조드 가족은
거대한 경제 붕괴의 폭풍에 휘말리지만
가족이라는 끈을 붙잡고 떠난다.
이동 수단은 낡은 트럭,
지표는 희망의 잔재다.
최민경 씨의 감정 또한
“살아야 하니까”라는 말에 매달리지만
그 말 안에는 수많은 포기가 담겨 있다.
그녀의 분노는 말이 아닌 행동이었다.
“사는 거 자체가 저항이죠.
안 쓰러지는 게 증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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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감정 그래프 분석
• 생존 의지: 97
• 체념: 78
• 책임감: 94
• 분노: 81
• 회복 탄력성: 89
“가끔은요, 내가 여자가 아니라
트럭이 된 기분이에요.
애들 다 태우고, 울지도 못하고,
덜컹덜컹 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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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 Credit
누군가는 꿈이 무너질 때,
세상을 원망한다.
누군가는 무너진 자리에서,
삶을 새로 짓는다.
그러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입 안에서 눌리고,
마음속에서 발효되고,
언젠가 터진다.
그건
익지 못한 분노의 포도.
달지 않은,
씁쓸한 진실이다.
분노는 행동이 되었고,
눈물은 발판이 되었으며,
절망은 이동 수단이 되었다.
이동이 곧 희망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당신이 가고 있는 길도,
어쩌면 그 희망의 연장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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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절망과 이동의 서사이며,
가난과 불평등, 무너진 공동체 속에서도
인간의 연대와 감정이 어떻게 끝끝내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감정 로그는
현대의 ‘분노할 여유도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감정을 삼켜가며 버텨온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의 언어가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분노는 죄가 아닙니다.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 감정은, 당신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하니까요.
당신이 오늘 내딛는 걸음도
어쩌면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계속 버티고 나아가야 합니다.
덜컹거리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