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문 시인의 <거꾸로 말했다>는 다음과 같다.
괜찮아요,라고 말할 때
괜찮지 않았다.
저는 됐어요,라고 말할 때
되지 않았다.
아니에요,라고 말할 때
아니지 않았다.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내가
나라고 부르는 얘야,
너한테 분명히 말해 둘게
아무 때나 웃지 마,
어색할 때는 그냥 있어도 돼.
상대방의 고압적이고 거만한 태도에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었다. 배려가 반복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무례한 사람에게까지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로 응대할 필요는 없었다. 왜 나는 괜찮지 않았으면서 괜찮다고 했던가. 나는 왜 참을 수 없는 무례함조차 참아내며 원만하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라 착각했을까? 왜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까? 왜 타인보다 내 감정을 존중하지 않았을까?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걸린 탓일까.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리 뻗고 잔다'는 속담을 맹신한 탓일까. 괜찮지 않았음에도 지속적으로 괜찮다고 나를 속였다. 아니었음에도 아니에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참았던 게 아니다. 이젠 안다. 학습된 무기력이었음을. 더 이상 부당함에 참아선 안 된다. 억울함을 외면해선 안 된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음으로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한다. 달라져야 한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자신 외엔 없다.